'직원 생리대 검사, 성희롱 발언과 추행, 동료 앞 '자아비판', 간부 집 청소해주기…'. 근로자의 날(노동절)의 주인공인 직장인들을 상대로 직장 내 갑질을 조사한 결과 갖가지 심각한 피해 사례 고발이 쏟아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1월 출범 후 제보받은 직장 갑질 실태 중 70개를 추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갑질 10가지를 선정해 노동절인 1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고 갑질'에는 한 공공기관 직원이 생리휴가를 쓰려는 무기계약직 직원의 생리대를 검사한 일이 포함됐다.
이 내용을 알린 제보자는 "생리휴가를 내면 생리대를 보여달라고 한다"며 "임신한 직원이 갑작스러운 하혈로 출근을 못 하고 산부인과에 가자 다시 출근하게 한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들이 갑질의 주요 표적이었다. 한 방송계 종사자는 "제작사 대표가 '아빠라고 생각하고 안아보라'고 해서 저는 뿌리치려고 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껴안았다"며 "제가 자꾸 도망치자 대표가 '연기 오디션 관련한 새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너도 하고 싶으냐'고 했다"고 제보했다.
프로배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한 직원은 "직원들이 배구단을 응원하게 한다는 취지로 우리 회사 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승리 수당을 주고, 지면 기부금 명목으로 급여에서 공제한다"고 올해 초 직장갑질119에 알렸다.
지난해 11월 들어온 한 제보에는 회사 사장이 식사할 때 신입 직원이 턱받이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밖에 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의 목에 사고 내용과 피해 액수를 적은 종이를 걸어놓고 사진을 찍는 버스업체, 전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게 하는 '자아비판 인민재판'을 한 회사, 별장의 동물들에게 사료를 주라고 시킨 회장, 신임 간호사에게 "눈깔을 빼서 씻어줄까"라고 말한 선배 간호사의 '태움' 등이 심각한 갑질 리스트에 올랐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의 생일인 노동절을 맞는 직장인들의 삶은 처참했다"며 "고용노동부, 인권위, 공정위, 국회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직장 갑질을 더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작년 11월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 등 단체 구성원 241명이 무보수로 활동하는 단체다. 오픈 채팅방, 이메일 등으로 제보와 상담을 접수한다.
뉴스팀 ne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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