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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 2000% 불법 사채, 문전성시…신용불량자 주의보

입력 : 2018-05-02 20:12:41 수정 : 2018-05-03 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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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금융사각’ 서민들 유혹하는 불법대출
“정규직 중등교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가 결국 저를 신용불량자로까지 전락시킨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제가 바랄 수 없었던 꿈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지난해 임용고시 5수째에 접어들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가 시작됐다는 김모(30·여)씨. 어려운 경제형편 탓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수험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다고 한다. 시험을 6개월 앞둔 시점, 생활비와 학원비로 쓰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500만원가량을 빌린 것도 마지막 도전이니만큼 공부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욕심인 줄 잘 알지만 적어도 시험을 앞둔 마지막 몇 개월만큼은 생계유지를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고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었다”며 “불안했지만 ‘어차피 합격 후 정규직이 되면 문제될 것 전혀 없다’는 자기 주문을 수시로 외웠다”고 했다.

불행히도 김씨는 임용고시에 6번째 낙방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채무 상환일이 모조리 닥쳤다. 초조해진 김씨는 결국 다른 대부업체들에서 급전을 빌려 기존 빚들을 갚았다. 다중채무자 전락은 순식간이었다. 그는 “다시 기간제 교사직이라도 구해 생활비도 벌고 빚도 갚고 싶지만 요새는 취업난에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용불량자들, 1000만원 미만 연체가 절반

공부를 위해 생활비 500만원을 빌렸다 신용불량자가 된 김씨의 사연은 결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실제 신용불량자 10명 중 5명꼴로 1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을 갚지 못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신용정보원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5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빌렸다 갚지 못한 경우가 전체 신용불량자의 36.55%를 차지했다. 전체 대출구간(500만원 이하, 500만~1000만원, 1000만~2000만원, 2000만~3000만원, 3000만원 초과)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1000만원 이하로 범위를 넓혀보면 51.22%로 절반 이상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 관계자는 “채무조정 상담 신청내역을 분석해 보면 주로 신용이 낮고, 소득이 낮은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장기 실직자 등이 급한 생계비를 소액으로 빌렸다 장기연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용이 낮아 고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소득까지 불규칙해 기대했던 것처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가 다가와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전체 금융채무불이행자 중 다중채무불이행자 비율은 2017년 말 기준 48.44%였다. 다중채무자 비율은 매년 증가세로, 2013년 말(42.54%)보다 6.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활동을 갓 시작한 2030의 신용불량자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취업난, 주거비 부담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려 급전에 손을 대는 20대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자료에 따르면 20대(11.12%), 30대(21.38%) 비율은 전체 신용불량자의 32.5%다.

20대의 개인파산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개인파산 신청이 감소하는 것과 대비된다. 2013년 20대의 개인파산 신청은 484건이었지만 지난해 743건을 기록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 꼬리표가 붙으면 저리로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금융관련 업종 취업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불법 사채업체들, 인터넷에 버젓이 광고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인터넷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법 고액 대출 광고다. 소액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대출을 하지만 고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연체자대출방법’이 최상단에 위치하고 각종 키워드 광고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상당수가 고금리 불법사채업체라는 게 서민금융진흥원과 신복위의 설명이다. 저금리 햇살론 등 맞춤형 정책서민자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로 일단 안심시킨 뒤 지원조건 미달을 핑계로 고금리 대출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채무조정과 관련해서도 일부 법률사무소 등에서 브로커를 내세워 충분히 프리워크아웃이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회생할 여력이 있는 채무자를 ‘파산’으로 유도, 수임료를 받아 챙기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기자가 유명 포털사이트에 ‘신용불량자 대출’, ‘무직자 대출’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보니 화면 상단에 노출된 키워드 링크광고는 각각 25개, 71개에 달했다. 이 업체들은 ‘금융감독원 마크’를 창에 버젓이 띄우거나, ‘법정최고금리 연 24% 이내’라는 배너를 달고 합법을 가장하고 있었다. 직접 전화를 걸어보니 대뜸 룸살롱 등 유흥업소 종사자인지 묻고는 “하루에 원금 100만원, 이자 20만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고금리 일수 대출 등을 유도했다.

올해 경찰에 적발된 주요 불법대출피해 사례도 대부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광고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카카오톡 오픈채팅, 페이스북 등 친숙한 SNS를 통해서 대출 권유를 하고 채권추심을 하는 일당을 잡은 경우가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대출 전 반드시 ‘대출모집인조회 사이트(www.loanconsultant.or.kr)’를 통해 등록된 대출모집인(대출상담사) 여부, 공시된 적정 수수료율 등을 먼저 확인해야 불법 대출의 덫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이자율 인하로 자칫 금융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금융취약층을 위한 각종 제도가 늘고, 청년, 실업자 등을 위한 정부 긴급자금 대출도 확대됐다”며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전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서민금융지원제도부터 알아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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