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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도로변 혼탁한 공기, 명백히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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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4 19:19:26 수정 : 2018-05-04 21: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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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매연에 노출… 미세먼지 심각/ 도로변 학교 오염 보도 英일간지/‘독성 공기’라 부르며 심각성 인식/ 국내 도로대기측정소 37곳 불과/
그중 30곳 대기질 ‘불법적’ 수치/ 도로변 환경영향 실태 조사 시급
“왜 애플리케이션(앱)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르죠?”

같은 장소, 같은 시각인데도 왜 미세먼지 앱마다 실시간 농도가 다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제각각인 농도 값은 ‘국내 미세먼지 정보는 믿을 만한 게 없다’는 불신을 키우는 대표적 이유다.

사실 농도가 다르게 나오는 까닭은 단순하다. 미세먼지 측정소는 ‘도시대기측정소’ ‘도로변대기측정소’ ‘교외대기측정소’ 등 다양한데, 같은 장소라도 앱마다 끌어오는 측정소 자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독 고농도 값을 표출하는 앱이라면 십중팔구 도로변에서 측정된 자료를 끌어온 경우다. 도로는 1년 365일 자동차 매연에 노출돼 도시대기나 교외대기 측정소보다 오염도가 훨씬 심각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정통으로 받는 백령도의 3월 미세먼지(PM2.5) 농도는 30㎍/㎥가 넘는다. 이 ‘백령도의 3월’보다 더 심각한 곳이 바로 도로변이다.

그런데도 도로변 대기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낮다. 측정소는 전국에 37곳뿐이고 오염 도로 주변 취약인구는 얼마인지 제대로 조사한 적도 없다. 도로변 오염물질의 영향 반경, 인체 위해도도 마찬가지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3일자부터 5회에 걸쳐 ‘도로변, 잃어버린 숨 쉴 권리’를 연재했다. 기사를 접한 많은 이들이 정부를 비난하며 미세먼지 때문에 못살겠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도로변 오염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해 도로변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해 아파트 1층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독자 A씨는 메일로 “그동안 주거여건으로 도로접근성을 따졌는데 기사를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독자 B씨는 “미세먼지 농도가 좋으면 안심했는데 이제 보니 우리 아이 학교가 10차로 대로와 딱 붙어 있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타이어에서도 먼지가 나오는 줄은 몰랐다’거나 ‘경유차 폐차할 때도 돈을 주고, 전기차를 사도 돈을 주면서 왜 나 같은 뚜벅이한테는 아무 혜택이 없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시의적절한 기사라 평했다. 한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도로변 디젤 연소 분진이나 벤젠의 발암 위해도는 다른 나라보다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며 “현재 정부 정책이 국민건강 보호에 실패했음을 잘 분석했다”고 전했다. 모 연구원 박사는 “타이어 마모로 인한 먼지는 그 심각성에 비해 이슈화가 잘 안 됐다”며 “주의를 환기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도로 재비산먼지 측정치를 대기 농도와 비교하면 안 된다’, ‘마모량이 그대로 대기 미세먼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란 반론도 있었다. 재비산먼지는 그간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없다 보니 관심과 더불어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지난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린피스와 함께 오염 도로변 어린이집·학교 등을 조사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서 눈길을 끈 표현이 있었는데 ‘불법 공기’라는 단어였다. 우리는 주로 ‘대기환경기준 초과’라고 적는데, 가디언은 ‘불법의 독성 공기’ ‘불법적인 수준의 오염’이라고 반복해서 썼다. 환경기준은 환경정책기본법과 시행령으로 정한다. 그러니 기준치를 넘는 공기는 당연히 ‘불법’이다.

고작 37개뿐인 도로 대기 측정소 중 30곳의 대기질이 불법이다. 측정을 강화하거나 모델링으로 더 많은 도로의 자료가 확보된다면 오염 도로변의 민낯은 더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도로변 불법 공기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모이길 기대한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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