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맞대응에 나섰다. 자신을 고소했던 여배우를 상대로 무고 혐의, 관련 방송을 내보낸 제작진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김 감독은 여배우 A씨를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MBC ‘PD수첩’ 제작진과 출연 여배우 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은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영화계 미투 운동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방송에는 김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던 여배우 A씨를 비롯해 또 다른 여배우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들은 그간 김 감독이 행해왔던 수많은 성폭력에 대해 증언했다.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꿈 많은 여성들의 삶을 짓밟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여배우 A씨는 지난해 김 감독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다. 영화 촬영 중 김 감독이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남성배우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은 성폭행 관련 혐의에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성관계를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은 증거가 불충분하며, 남성배우의 신체를 만지도록 강요했다는 주장 또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 연기 지도 명목으로 A씨의 뺨을 때린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 감독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감독의 고소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혐의 없음’ 결론이 난 이후 방송(PD수첩)에 출연해 김 감독을 ‘성폭행범’ ‘강간범’이라 부르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는 것. 또한 기존 주장을 반복하거나 다른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 측은 고소장에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라며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김 감독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다만 다수의 증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 결론이 무고죄 고소를 위한 반격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법은 김 감독에게 반격의 기회를 줬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미투 피해자들은 피해를 호소한 경우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혹은 추가 진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여전히 현역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용기있는 피해자들의 고백이 2차 피해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도 피해자들의 아픔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PD수첩’ 보도 이후 김 감독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했다. 김 감독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도 잠정 보류했다. 그런 그가 반격에 나섰다. 법적 대응을 시사한 김기덕 감독의 향후 행보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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