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조현우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첫 월드컵 데뷔 무대를 마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23번)가 뜬 공을 잡아내고 있다. 카잔(러시아)=뉴시스 |
조현우가 속한 대구FC는 K리그 최하위 팀이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지난달 14일 월드컵 국가대표팀 최종명단 발표에서 조현우를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 이은 3순위로 발표했다.
하지만 조현우는 선순위 골키퍼를 모두 제치고 ‘꿈의 무대’라 불리는 월드컵 본선에서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 소화했다. 국가대표 골키퍼 선배인 김병지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현우가 오로지 실력으로 선발 출전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현우가 국내 몇 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선방을 보여줬고, (신 감독이) 조현우가 가진 빌드업·킵력·제공권 등을 계속 지켜보면서 기회를 줬었다”며 “마지막까지 (골키퍼) 경쟁을 통해 결정적으로 (스웨덴전) 하루 전날 조현우에 대한 낙점이 확실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가 끝난 뒤 카잔 아레나에서 이날의 최우수선수(MOM: Man of the Match)로 조현우를 호명했다. 그는 조별리그 F조 세 경기 동안 13개의 세이브를 기록했고, 28일 한국-독일전 직후에는 월드컵 32개국 골키퍼 선방 순위에서 세계적인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17개), 캐스퍼 슈카이켈(덴마크, 14개)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한국 3순위 골키퍼가 세계 톱3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의 조현우가 독일 후멜스에 앞서 공을 쳐내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
조현우의 활약은 이미 국내 무대에서부터 예고됐다. 그는 2015·2016년 K리그 2부 베스트11에 이어 2017년 K리그 1부 최우수골키퍼에 선정되면서 ‘팔공산 대 헤아’라는 애칭을 얻었다. 축구 강국 스페인 국가대표,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에 소속팀 대구FC가 합쳐진 별명이다.
‘대 헤아’ 별명은 조현우의 월드컵 선방 퍼레이드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대구를 의미했던 ‘대’는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약자로 바뀌었고, 외신도 ‘조현우=데헤아’ 별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독일전 MOM으로 꼽힌 조현우에 대해 “이미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 역사의 일부분이 됐을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라며 “‘코리안 데 헤아’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누리꾼들은 조현우에게 ‘대 헤아’외에도 ‘조헤아’ ‘빛현우’ ‘킹현우’ 등 수많은 애칭으로 그의 활약을 칭찬했다.
조현우 아내 이희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
조현우가 받은 사랑은 독이 되기도 했다. 과도한 관심은 조현우의 가족에게까지 이어지면서 급기야 아내 이희영(29)씨가 SNS를 폐쇄하기까지 이르렀다.
발단은 이씨가 조현우에게 보낸 영상편지였다. 대구FC는 지난 20일 공식 SNS를 통해 이씨의 응원 메시지를 공개했고, 이틀 전 조현우의 스웨덴전 선방쇼가 뇌리에 남은 누리꾼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조현우가 팔에 문신으로 새긴 아내 이희영씨의 얼굴. 조현우 인스타그램 캡처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 베르너의 헤딩 슛을 막아내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
“유럽 무대,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길 원한다.”
조현우는 전날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라”며 화답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현우가 이번에 보여준 실력 정도면 해외로 못 갈 이유는 전혀 없다. 충분히 유럽 진출도 가능한 실력”이라며 “귀국하는 즉시 영어 공부부터 열심히 해서 외국 갈 수 있는 바탕을 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역이다. 조현우는 K리그에서 다음 시즌을 마친 뒤 입대가 예정돼 있어 해외 명문 클럽이 영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이에 조현우가 오는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차출돼 금메달을 따낸다면 해외 진출의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조현우는 이날 독일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시나리오’와 관련해 “사실 아시안게임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 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한다”며 “군대에 간다고 해도 그곳에서 열심히 하는 게 내 임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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