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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받이'에서 '갓영권'으로…비난은 환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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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13:20:27 수정 : 2018-06-28 15: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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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독일전 승리 일등공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독일 전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매일 필사즉생 필생즉사(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를 머릿 속에 떠올렸다”고 울먹였다. 그의 울먹이는 모습에 보는 이들 모두 마음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인터넷에서도 “영권아, 그 동안 비판해서 미안해, 나를 용서해줘” “갓영권, 그 동안 비판을 사과합니다!”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김영권에게 평생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줘도 된다”는 말조차 나왔다.

수비수 김영권이 독일전 선제골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냈다. 김영권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올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국민 욕받이’였던 러시아 월드컵에서 온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자신을 향한 날선 비난을 칭찬으로 바꿔놓았고, 급기야 피파랭킹 1위 독일을 막아서는 ‘대이변’의 일등공신이 됐다.
◆‘철벽수비+결승골’…러시아 월드컵 첫 승의 주역 된 김영권

이날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영권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독일의 슛 타이밍과 방향을 정확히 포착하며 공격을 막아냈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전반 38분 티모 베르너(RB 라이프치히)가 돌파 이후 슈팅을 날렸으나 김영권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김영권의 커트가 없었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영권은 전반 추가시간 나온 메수트 외질(아스날 FC)의 슈팅까지 걷어내며 한국을 실점 위기에서 연달아 구해냈다.

후반 29분, 김영권은 측면에서 높게 날아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걷어내는 투혼까지 보여줬다.

이후 김영권은 공격에 가담해 득점까지 기록했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온 공을 왼발 슈팅해 천금 같은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영권은 앞서 1·2차전에도 투지 넘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수비를 보여주며 팬들로부터 “달라졌다”는 칭찬을 받았고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무실점과 더불어 결승 골까지 넣으며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첫 승의 주역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정신 차리겠다’는 약속 지켜냈다

김영권의 러시아행은 순탄치 않았다. 김영권은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지만, 조별리그 1무 2패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또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며 기량이 하락했다는 ‘중국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안방에서 열린 A매치서 응원을 보내준 관중들에 대한 실언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대표팀에서 한동안 제외되며 월드컵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민재(전북 현대)의 부상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승선한 김영권은 “이제 정신 차리겠다”는 말을 반복했고 실제로 월드컵 개막 후 자신의 약속을 지켜냈다.

독일전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영권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4년 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러시아월드컵에서 그 힘들었던 것이 조금이나마 덜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욕받이’에서 ‘갓영권’으로…간절함이 이뤄낸 반전 드라마

김영권은 월드컵에 대한 마음가짐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증명했다. 김영권은 자신의 경솔한 발언을 사죄하기 위해 팬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마침내 김영권은 월드컵 무대에서 아낌없이 몸을 던지며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스웨덴전 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죽기 살기로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며 간절했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전 종료 휘슬이 불리자 눈물을 펑펑 쏟아낸 그는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매일 ‘필사즉생 필생즉사(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훈련할 때도, 경기에 나설 때도 그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판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 같다”며“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성숙한 말까지 남겼다.

김영권은 그러면서 “성적으로 보면 만족하지 못한다. 예선 탈락을 했기에 그 부분은 계속 반성할 것”이라면서 “월드컵에 계속 도전을 할 텐데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노력과 실력으로 그간 자신을 향한 비난을 찬사로 바꾼 김영권의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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