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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압박에 막힌 전차군단, 결국 힘 못쓰고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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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18:29:39 수정 : 2018-06-28 18: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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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號 독일戰 ‘이유 있는 완승’ / 볼 점유율 70%로 한참 앞선 獨 / 26차례 소나기 슛 퍼부었지만 / 집요한 수비에 막혀 매번 헛심 / 韓, 밀리면서도 효과적인 역습 / 11차례 슛 날려 유효슈팅 5개 / 선수들 뛴 거리도 한국이 우위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아 90분간 달리다 마지막에 독일이 이기는 경기다.” 1980년대를 풍미한 잉글랜드의 명스트라이커 개리 리네커가 선수 시절 남긴 말이다. 그만큼 유럽축구 부동의 최강자 독일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런데 28일 새벽 리네커의 트위터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아 90분간 달리는 경기다. 하지만, 늘 독일이 이기지는 않는다”. 승리하는 것이 당연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이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FIFA 랭킹 57위 한국에 0-2로 무너지자 기쁨에 겨워 축하의 글을 올린 것이다. 독일이 월드컵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80년 만이다.
승리 이끈 ‘삼총사’ 한국축구대표팀의 영웅들이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FIFA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공격수 손흥민(왼쪽 사진)과 수비수 김영권(가운데 사진)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이들 뒤에서 골문을 든든히 지킨 골키퍼 조현우(오른쪽 사진)가 후반 2분 독일 레온 고레츠카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내고 있다.
카잔=AP연합뉴스

세계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심판의 일방적인 독일 편들기 판정 속에서도 한국대표팀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독일 공세를 막고 빠른 역습으로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이 독일의 맹공을 견뎌내며 0-0으로 경기가 끝나갈 것처럼 보였던 후반 48분.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의 발을 맞고 흐른 볼이 골대 정면에 있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이어지자 그는 정확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이 골은 곧바로 득점으로 선언되지 않았다. 부심이 김영권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 이번 대회에서 유독 심했던 유럽축구의 텃세에 한국까지 희생양이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결국, 이 장면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주심의 골 선언에 초조하게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독일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한국의 첫 골이 터지자 다급해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바이에른 뮌헨)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폈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후반 51분 손흥민이 텅 빈 독일 골대를 향해 폭풍처럼 단독 질주하며 추가골을 꽂아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김영권이 후반 추가 시간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23번)가 독일의 슛팅을 막아내고 있다.
뉴시스
투지와 효율이 기적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독일은 70%에 달하는 점유율 속에 719개나 되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한국 골문을 노렸지만 유효슈팅을 불과 6개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골대 밖으로 빠져나간 슈팅(11개), 수비에 맞고 튕겨 나간 슈팅(9개)에 비해 현저히 작은 숫자다. 특히 전방압박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집요한 수비가 정교했던 독일 공격을 뿌리부터 흔들어놓았다. 한국은 뛴 거리에서도 독일에 앞섰다. 우리 선수들이 뛴 총 거리는 118㎞로, 115㎞의 독일보다 3㎞가 많았다. 

여기에 한국 공격은 한결 정교해졌다.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가운데서도 효율적 역습으로 5개의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골대를 벗어나거나 수비를 맞고 나간 슈팅은 6개에 불과했다. 수많은 헛발질이 나온 독일에 비해 한국의 공격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압도적 점유율 차를 메우고도 남는 정신력과 집중력이 결국 한국축구사에 오랫동안 남을 기분좋은 기억을 완성시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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