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이끈 ‘삼총사’ 한국축구대표팀의 영웅들이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FIFA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공격수 손흥민(왼쪽 사진)과 수비수 김영권(가운데 사진)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이들 뒤에서 골문을 든든히 지킨 골키퍼 조현우(오른쪽 사진)가 후반 2분 독일 레온 고레츠카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내고 있다. 카잔=AP연합뉴스 |
세계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심판의 일방적인 독일 편들기 판정 속에서도 한국대표팀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독일 공세를 막고 빠른 역습으로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이 독일의 맹공을 견뎌내며 0-0으로 경기가 끝나갈 것처럼 보였던 후반 48분.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의 발을 맞고 흐른 볼이 골대 정면에 있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이어지자 그는 정확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이 골은 곧바로 득점으로 선언되지 않았다. 부심이 김영권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 이번 대회에서 유독 심했던 유럽축구의 텃세에 한국까지 희생양이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결국, 이 장면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주심의 골 선언에 초조하게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독일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한국의 첫 골이 터지자 다급해진 독일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바이에른 뮌헨)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폈다. 한국은 이 틈을 이용해 후반 51분 손흥민이 텅 빈 독일 골대를 향해 폭풍처럼 단독 질주하며 추가골을 꽂아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김영권이 후반 추가 시간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23번)가 독일의 슛팅을 막아내고 있다. 뉴시스 |
여기에 한국 공격은 한결 정교해졌다.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가운데서도 효율적 역습으로 5개의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골대를 벗어나거나 수비를 맞고 나간 슈팅은 6개에 불과했다. 수많은 헛발질이 나온 독일에 비해 한국의 공격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압도적 점유율 차를 메우고도 남는 정신력과 집중력이 결국 한국축구사에 오랫동안 남을 기분좋은 기억을 완성시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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