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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부녀회장인 자신을 무시한다며 마을잔치 때 주민들이 함께 먹을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푼 60대 여성에게 징역 5년형이 떨어졌다.
해당 여성은 "독성이 약한 농약을 선택해 두 숟가락 정도를 넣었으며 살해할 의도가 아닌 골탕을 먹이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20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김형식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69)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하마터면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며 "범행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참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냄새가 많이 나고 독성이 약한 농약(엘산)을 선택해 두 스푼 정도를 고등어탕에 넣었을 뿐 불특정 다수 사람을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독성물질인 농약을 고등어탕에 넣을 때 먹는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농약에서 냄새가 많이 나서 사람들이 고등어탕을 먹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으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동네 주민은 먹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혹시 사람들이 먹어서 죽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범행 때 이씨가 살인을 강하게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미필적이나마 살인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 후 사용한 드링크제 병을 텃밭에 버렸고 범행 때 입은 옷을 갈아입는 등 상당히 치밀해 주민을 골탕먹이려는 가벼운 범행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고등어탕은 마을 사람과 마을축제에 방문한 외부인들에게 주기 위해 만든 음식이었으므로 하마터면 많은 사람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전임 부녀회장인 피고인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녀회원들을 살해하려 했다"며 "단순히 마을 잔치를 망치려는 목적만 갖고 있었다면 다른 방법으로 고등어탕을 쓸모없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농약을 다른 사람들 모르게 넣었다"고 꾸짖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며 범행으로 상해를 입은 사람도 없고 강력한 살인 의도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를 갖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나름 선처한 형량임을 알렸다.
A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4시 50분쯤 포항 호미곶면 자신의 집에서 창고에 보관 중이던 살충제 엘산 농약을 100㎖ 병에 옮겨담은 뒤 어민협회 선주대기실에 들어가 전날 조리한 고등어탕에 농약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일 오전 6시쯤 고등어탕을 먼저 맛본 마을 부녀회원 B(62) 씨가 혀 마비 증상을 일으켰고, 이후 다른 마을 주민들은 고등어탕을 먹지 않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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