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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개정안 논란…"입증 어떻게" vs "이번에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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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5 07:00:00 수정 : 2018-09-05 14: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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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 발의 찬반 시끌 지난 3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후 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싫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성관계를 시도하는 건 명백한 범죄라며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싣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의 여부를 현실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비현실적인 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발의한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남성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이 법안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도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뉴시스
◆“표준성관계 동의서라도 만들어야 할 판...동의여부 입증 어떻게” 반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비동의 간음·강간 적용 법안 발의 반대, 폐지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무고 피해자들을 역차별, 인권침해 하는 법안”이라며 “합의 하에 성교 후 상대방이 마음을 바꾼다든지, 동의한 적 없다고 거짓 자백을 한다면 억울한 피해가 늘어날 것이다. 무고 범죄자에게 매우 법적으로 유리한 날개를 달아주게 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의 법안 발의에 물론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분위기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관계를 동의했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동의 여부를 무슨 수로 입증하게 할 것인가”라며 “동의서, 녹음기, 동영상 촬영을 생활화해야 하나. 정부에서 ‘표준성관계 동의서’라도 만들어서 배포해야겠네”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동의하에 관계 후 나중에 동의한 적 없다고 하는 여자는 어떻게 증명해서 어떤 처벌을 받게 할 건가. 그런 상황에서 억울한 남자는 어떻게 구제해줄 건지”라며 “일단 ‘동의 없는 성관계는 안 된다’하고 발생할 부작용은 ‘난 모른다’ 식인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은 당연” 적극 지지도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법안에 찬성을 표시했다. 동의 없는 성관계는 당연히 강간으로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동안 제대로 강간으로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법안에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그럼 지금까지 동의 없는 성관계가 강간 처벌을 안 받았다는 것이냐”고 되레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명백한 의사표시’라고 하는데 반응들이 왜 이런가. 싫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성관계를 시도하는 건 분명한 범죄란 걸 모르는 건가”라며 이 대표의 법안 발의를 적극 지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 “책임 회피하려는 남성이 반대…변화 의지 필요”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발의한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남성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우리 사회도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순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성관계는 동의를 해야만 가능한 거다.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며 “(남녀 간의 성관계에서는 동의가)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 남성 중심사회이기 때문에 남성이 쉽게 성을 획득하려고 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다”며 “남성들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면 성관계하면 안 된다”며 “(이 대표가 발의한 법안은) 성폭력의 개념을 새롭게 쓰는 거다. 우리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뀌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반대 여론이 거센 것에 대해 “법안 도입 전부터 이런저런 염려를 하는 것은 변화 의지가 없고 인권존중 문화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태도”라며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도 키워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권존중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정미 개정안 발의 “동의 없는 성관계, 강간죄로 처벌”

이 대표는 앞서 지난 3일 ‘거부 의사에 반하는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법원은 강간죄 성립과 관련해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해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 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도 강간의 하나로 처벌토록 했다.

이와 함께 처벌도 강화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의 경우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물리도록 했다.

이 대표는 “동의가 없다면 성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 상식이 돼야 한다”며 “이 법안은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발의를 준비해온 법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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