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웨이 프롬 허’(감독 사라 폴리)는 아내 피오나(줄리 크리스티)가 치매를 앓으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남편 그랜트(고든 핀센트)의 심경을 따라 가고 있다. 영화 초반에는 설거지를 한 프라이팬을 냉동실에 넣거나, 가스불에 물을 끓이다가 집밖으로 나가 버리는 피오나의 초기 치매 증상을 그린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집을 찾지 못해 눈 쌓인 추운 길거리를 헤매기도 한다. 물건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 점차 정상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낀 피오나는 스스로 요양원에 가겠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결혼 44년 동안 행복했던 기억만을 고집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되자, 그랜트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요양원에 보낸다. 그러나 적응기간인 첫 한 달 동안은 면회도 금지됐고, 이후 만난 피오나는 치매 요양원에서 만난 다른 남자 오브리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 정신이 들 때는 남편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곧 오브리 곁으로 가 그와 정답게 지내는 아내를 보는 그랜트의 심경은 화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오브리는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고 그랜트에게 말하는가 하면, 매일 그녀에게 면회 가는 그랜트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자신의 방에까지 오브리를 데려와 “내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키스까지 하고 있는 아내.
영화는 그런 피오나를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편에 서려는 그랜트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드러낸다. 피오나와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픈 현재를 극복하려는 그랜트의 노력은 가족이 아플 때 어떻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환자를 배려해야 하는가를 보여 준다. 현재의 치매 상태가 심각하더라도, 둘만의 소중한 기억은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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