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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생물이 사라지는 건 인류의 암살자가 찾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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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4 15:10:28 수정 : 2018-11-04 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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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암살자(silent killer)가 찾아오고 있는 거예요.”

유엔에서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파슈카 팔머는 지구의 다종다양한 생물이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매년 오르는 기온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생물이 사라지는 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생태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생물이 사라지는 건 연쇄적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후변화만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파슈카 팔머 의장은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다른 특징을 지닌다”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매일 느낄 수 있지만 생물이 사라지는 건 제 때 알아차릴 수 없고, 만약 (눈에 보일 정도로)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늦은 시기”라고 지적했다.

팔머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지구의 생물다양성 지수는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 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오염, 외래 침입종의 영향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생물이 사라졌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아프리카에서는 2050년 포유류와 조류의 절반이 자취를 감추고, 아시아의 어장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물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팔머는 탄소를 흡수하는 식물, 바닷 속 생물이 없어지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등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한 원이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생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기후변화 대처 노력과 대비해 미흡한 편이라고 팔머는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공룡이 사라진 뒤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2002년, 2010년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국가 간 협약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회의에서 196개 회원국이 2020년까지 지속가능한 어업 등을 위해 생물 서식지 소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육지의 보존구역도 10%에서 17%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팔머는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각종 수치가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나는 우리 인류가 자신들의 멸종을 기록하는 첫 번째 종이 되지 않았음 좋겠다”고 우려했다.

팔머는 이달 말 이집트 샴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회의 등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드는 데 공감대를 이뤄 2020년 중국 베이징 회의 때 파리기후변화협정과 맞먹을 정도의 이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팔머는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희망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일부 생물들이 개체수를 회복했고, 아시아의 숲 면적이 2.5% 증가하는 등 생태계 자정능력이 지속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 수반 중 처음으로 최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면 기후와 관련된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팔머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하며 행동하지 않은 채 멈춰있을 순 없다”며 “(생물을 복원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한 시민으로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글로벌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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