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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기업특혜?' 韓 기업이 되레 역차별 당하고 있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2-12 05:00:00 수정 : 2019-02-09 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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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새해 경제현장 직접 챙겨…다양한 목소리 경청, 정책에 반영 / 벤처기업인들 "우리 사회 반(反)기업 정서, 역차별 우려"…특혜 아닌 공정 경쟁 희망 / 일부 불공정 문제, 공정경제 제도 내에서 해결하면 돼…'질 좋은 일자리' 공공 아닌 민간에서 창출
문재인정부가 새해부터 경제 현장 챙기기에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경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경제·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지난 7일 문 대통령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 고언(苦言)을 쏟아냈습니다.

이들은 △국내 벤처기업이 역차별 당하는 현실 △정부 지원책의 시장 왜곡 우려 △외자 유치 제약이나 핀테크 규제 △노동정책의 지나친 경직성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는데요.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차별 문제는 국내 기업들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닌, 글로벌 경쟁사와 동등한 시장규칙을 적용해달라는 요청입니다.

한국 IT 기업들은 동영상 서비스 트래픽 발생 대가로 통신사에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 채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다보니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데요.

올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경제활력 높이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이런 역차별 논란과 반기업 정서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벤처기업인들은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퍼진 반기업 정서를 우려했는데요.

물론 반기업 정서는 압축 성장기 일부 재벌이 정경유착(政經癒着) 고리 속에 '부(富)'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저질렀던 불공정과 특혜시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이같은 정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큽니다. 만약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문제가 있다면, 공정경제 제도의 큰 틀 안에서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최대 고민인 '질 좋은 일자리'는 결국 민간기업 투자 확대에서 나온다는 것을 정부와 당국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느꼈던 아쉬운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GIO와 김 대표 외에도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요.

특히 참석자들은 해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IT 및 벤처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택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이 진입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기는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한다"며 "지원을 해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간담회 후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는 자신이 창업한 이후 모든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언급한 것"이라며 현 정부를 대상으로만 '쓴소리'를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이해진 GIO도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안이 동등했으면 한다는 것"이라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규제 때문에 투자유치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는 호소도 이어졌는데요.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이나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역시 빨라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해진 "경쟁사는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韓에서 다양한 혜택 받는다"

간담회 중에는 기업인들이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고 고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는데요.

고 부대변인은 "유니콘 기업도 그렇지만, 벤처 1세대 창업주들은 자산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참석자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현실에 대해 고민을 토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참석자들은 30년 전 기준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판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는 건의도 이어졌는데요.

권오섭 대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다지만, 저희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며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며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등 1세대 벤처기업인과 한국형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인 7명과 벤처기업육성 방안에 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각 부처에서는 기업들에 건의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고 부대변인은 설명했는데요.

고 부대변인은 "벤처 1세대 창업자 및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진솔한 자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규모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로워지는 현실

문 대통령은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초기에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일부)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있어 국민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벤처기업인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반기업 정서에 대한 참석자들의 토로에 이같이 언급했다고 고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최근 기업들은 투명한 기업으로 여러 성취를 이루고 있으니 국민 인식 개선은 금세 이뤄지리라고 본다"며 "한국의 이미지도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반도 리스크일텐데, 이 부분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니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장점보다는 단점을 부각해 보는 경우가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며 "하지만 법이나 제도로 가로막힌 서비스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실적이 나오면 국민도 규제 유무의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반드시 새로운 분야의 혁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 분야의 혁신을 근간으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혁신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 그렇게 창업된 기업이 유니콘 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혁신적 포용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고, 성장의 주된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의 혁신과 함께 혁신 창업이 특히 중요하며 창업 생태계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많은 정책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신설법인 수가 10만개를 돌파했는데, 이는 사상 최다 수치다. 벤처투자액도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은 벤처기업 수도 600개 이상으로 늘었고, 중소기업 수출액이나 수출에 참여한 중소기업 수 모두 사상 최고"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고 그 성과가 지표상으로는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켜 보고 창업가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러분이 보기엔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을 생생하게 들려주면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文 "반기업 정서 빠른 시간내 해소될 것…자신있게 기업활동 해달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7일 문 대통령이 기술 기업인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작심 비판했는데요.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문재인정부가 기업인을 마치 나쁜 놈으로 취급하며, 죄인 취급한 걸 다 잊었냐"며 "소득주도성장을 비롯 온갖 반기업, 반시장 정책 강제로 밀어붙여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박탈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고용도 마음대로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과 자본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근로자들에게 사장고발을 적극 권유하고, 방법까지 자세히 안내하는 등 사장이 자기 직원을 믿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기업인들로 하여금 경제하려는 의지 자체를 박탈하지 않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경제민주화 뜻도 모르면서 계급혁명론으로 변질시켜 국민 노후자금 갖고 멋대로 대기업들 협박하는데 쓰고 있지 않냐"며 "더 웃기는 건 반기업 정서를 대통령과 정부가 조장해놓고 그게 마치 자기는 전혀 무관한 것인양 국민들이 잘못 생각해서 그런건데 기업이 이해해달란 식으로 얘기한 것이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자기들이 선동해놓고 이제와서 국민 탓을 하는 것이냐. 집권세력의 반기업 정책과 발언으로 인해 얼마나 기업이 고통받았는지 알기나 아냐"며 "만일 진짜 뭐가 반기업 정책이고 자기 발언이나 정책 중에 뭐가 반기업적인 것인지 모른다면 그건 구제불능이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런 거라면 정말 비겁하고 악질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 얘기를 듣는 기업인들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냐"며 "반시장, 반기업 정책들로 고통받아온 기업인들한테 석고대죄라도 하고, 그런 얘기 좀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벤처기업인 바람처럼 정부 '화끈한' 규제완화로 화답할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정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면 자신감을 갖고 뛰어달라고 주문하기에 앞서, 벤처 현장에서 쏟아지는 고충을 정책과 법안으로 담아내야 한다며 그래야만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혁신기업들이 외국계회사에 비해 역차별을 당한다는 하소연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는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가 기업 특혜라는 시각이 아직도 적지 않은데요. 문제는 이런 정서가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없는 한 경제살리기 효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욕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렇게 되면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더 이상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투자의욕을 살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업 초기 공격적인 기술 개발, 사업 확장에 나서야 할 벤처기업들에게 경직된 근로시간을 강요하는 건 어떤 의미에선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IT·바이오·게임 업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만으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혁신성장에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려면 벤처기업인의 바람처럼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고, 이들이 마음껏 신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유니콘 기업 혁신 모델이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게 중론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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