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제보를 검찰에 이첩한 것은 내용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은정(사진) 국민권익위원장은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증거자료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부분들이 있어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공익·부패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자체 조사를 통해 혐의의 신빙성이 높아 시급한 처리가 필요한 경우는 ‘이첩’을, 신빙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경우에는 ‘송부’를 결정한다.
권익위는 최대 60일로 규정된 이첩 결정을 이번에는 약 20일로 단축했다. 박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제보 내용이 성범죄를 넘어 유착관계 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익신고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신변보장조치 등을 하기 위해 수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검찰로도 보낼 수 있고 경찰에도 보낼 수 있는데, 이 건은 검찰로 보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며 “신고 내용에 (업소와 경찰의) 유착관계와 (경찰의) 부실수사, 동영상 유포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유착관계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감안해 수사기관을 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버닝썬과 관련한 공익신고자의 보호조치 요청은 없었다고 박 위원장은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경찰과 업소 간 유착 의혹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일부 경찰이 범죄집단과 결탁해서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피해자를 폭행까지 했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민중의 지팡이’가 국민을 폭행하는 ‘몽둥이’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도 “(경찰) 본인들이 수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수사 대상”이라고 거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조차 “클럽 내 단순 폭행사건으로 시작한 것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폭력, 마약, 성폭행, 경찰 유착 의혹까지 영화 같은 비리 종합판이 됐다”며 “경찰이 계속 뒷북을 친다는 지적이 너무나 따갑지 않으냐”고 질타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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