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교사는 휴무일인 주말에 학부모로부터 민원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교사는 주말이 지난 뒤 학부모에게 민원 내용을 회신했지만, 학부모는 A교사가 답신을 바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녀의 등교를 한 달 가까이 거부했다. 또 교육청에 A교사에 대한 왜곡된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시민사회단체에 학교를 찾아가 문제 제기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2. B교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이 B교사의 SNS에 접속해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떤 학부모들은 “예쁘네요”, “못났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고, “남자친구예요?” 등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학생은 “선생님, 저랑 사귀어요”라고 장난 댓글을 달아 B교사를 심란하게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근무시간 외 학부모 휴대전화로 인해 교권침해나 스트레스를 당했다는 교사들로부터 수집한 사례 중 일부다. 스마트폰을 통한 SNS 대화 등 소통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교사와 학부모, 제자 간의 소통이 학교 담장을 넘어서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자녀의 학교생활과 교육 실태에 관심이 지나친 일부 학부모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교권침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 교원인식조사 결과’에서 79.6%(1460명)가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5.8%가 학부모나 제자로부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이들의 64.2%는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수시로 연락받았다고 답했다.
교원들이 받은 전화나 메시지의 내용은 학생 관련 상담이 70%로 가장 많았지만, 민원성 질의(27.9%)나 교육과 무관한 내용(13.6%)도 적지 않았다. 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근무시간 외에 연락을 자제하라’는 교육을 했다는 교원 응답자는 57.9%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89%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번호 공개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의 경우 학부모의 의견이 오로지 학교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등 기준이 엄격하다. 최근에는 학부모가 교사 휴대전화로 ‘기프티콘’(선물교환권)을 보내는 사례도 있는 것을 두고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총은 “무분별한 휴대전화 연락으로 인한 교권침해를 해소하고 교원들의 붕괴된 생활지도권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교육 당국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방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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