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하루 만에 특혜 인사 당사자로 지목된 박모씨를 조사하는 등 ‘윗선’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이날 자원순환 전문업체 대표 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친정부 성향의 A신문사 출신인 박씨는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단체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자리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해 9월 다른 환경부 산하기관이 출자한 자원순환 전문업체 대표로 임명됐다.
검찰은 환경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김씨가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가 김씨 후임자로 내정한 박씨가 탈락하자 면접 대상자 전원을 불합격 처리해 사실상 선발을 백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가 탈락한 뒤 다시 진행된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유모씨가 임명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유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청와대 개입 사실이 드러난 만큼 관련자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 인사 라인을 소환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 전 장관은 일단 불구속 상태로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추가 혐의가 확인될 경우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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