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망한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사망 전 작성한 문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동료배우 윤지오(사진 왼쪽)씨는 배우 이미숙(〃오른쪽)을 포함한 연예계 확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숙은 장자연 사망 사건이 자신의 전속계약 분쟁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씨는 28일 오전 9시50분쯤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2차 조사를 위해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장자연 문건에 대한) 증언자가 사실 저밖에 없고 앞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보다 (장씨와) 더 친했던 (연예계) 동료분들이 증언해줬으면 좋겠다. 확대 수사를 하다 보면 정황을 좀 더 알 수 있을 것이고, 한 가지만 밝혀져도 많은 부분의 의혹에 대해 밝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조사가 필요한 연예계 인사로 장씨의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우 이미숙 등을 거론했고 비공개 수사를 요구했다.
윤씨는 “이미숙씨 외 5명이 더 계신다. 여자 연기자분들”이라며 “그분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일단 제가 걷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명이 거론돼 수사에 임하는 것보다는 비공개 수사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그동안 자신이 언론을 통해 제기한 각종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단에 상세히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윤씨는 “문건의 핵심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드릴 것”이라며 “이번에는 좀 명확하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씨는 앞선 1차 조사에서는 성접대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는 의혹을 받는 언론인 3명과 정치인 1명의 이름을 조사단에 진술했다. 조사단은 윤씨에 대한 2차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미숙 등에 대한 조사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숙은 소속사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장자연 조사 문건 의혹에 대해 추가 조사를 받을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디스패치는 지난 18일 장자연의 생전 마지막 CCTV 영상과 이미숙의 참고인 조사 당시 작성된 조서 등을 입수해 이미숙과 배우 송선미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이미숙은 2009년 3월 장씨 사망 후 진행된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 장씨와 문건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디스패치에 따르면 장씨는 당시 김종승 씨가 대표로 있던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됐던 이미숙과 송선미는 전속계약 해지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신인 배우 였던 장자연도 계약 해지를 원했으나 위약금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2008년 말쯤 새로운 소속사 ‘호야’를 설립한 유장호 대표를 만난 장자연은 유 대표의 지시로 김 대표 소속사에서 겪었던 피해 사실을 담은 일명 ‘장자연 문건’으로 불리는 4~6장의 문건을 직접 자필로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김 대표가 장자연에게 술접대를 강요하는 내용과 장씨가 언론사와 연예 기획사 관계자, 대기업 종사자 등 31명에게 약 100여 차례 성상납과 술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미숙과 송선미가 당한 피해사실까지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씨는 가까운 지인에게 이 문건에 대해 “내가 당한 것(성접대)들을 (유 대포에게) 적어 주면 신원 보장도 해 주고 계약도 풀릴 거라고 해서 문서를 작성하고 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새 소속사 유 대표가 자신이 김 대표 소속사에서 겪었던 부당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으로 본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장씨는 2009년 3월7일 유 대표로부터 ‘월요일(9일)에 나랑 누구(정세호 감독) 만날 것 같아. 오후에 스케줄 비워 줘. 월요일 오전 전화해’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은 후 수 시간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후 장자연 문건은 고인이 숨진 뒤 6일 후에 유 대표가 KBS ‘9시 뉴스’를 통해 직접 공개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이미숙은 이 문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숙은 정 감독에게 “김 대표가 감독님만 무서워하니 야단쳐 달라. 유 대표가 A4용지(장자연 문건) 들고 갈 테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 디스패치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이미숙이 장자연 문건을 통해 김 대표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해지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시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이미숙과 송선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장씨를 몰랐고 문건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이미숙은 22일 소속사를 통해 “장자연 문건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씨는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고 이후 복수의 언론 매체 인터뷰와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장자연 문건’에 대해 “유서로 알려진 글은 유서가 아닌 문건”이라며 “그 문건은 싸우기로 결심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씨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다양한 의혹을 제시하며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5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고발뉴스 뉴스방’ 출연한 윤씨는 이미숙에게 “제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미숙 선배님께서) 한 마디라도 오해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노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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