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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경, 세월호 CCTV 저장장치 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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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8 14:53:43 수정 : 2019-03-28 14: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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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조위 중간 발표
2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CCTV 조사 중간 발표'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국장이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이후 2개월여 만에 인양된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가 조작 및 편집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이 최초 수중에서 인양한 DVR와 검찰이 확보한 DVR가 외관상 확연히 다른 부분이 존재하고, 수중 인양 작업에 나선 해군 관계자의 증언도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등 해군과 해경이 미리 DVR를 사전에 확보해놓고도 가짜 DVR을 수거하는 척 했다는 것이다. DVR는 세월호 선체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64개의 영상을 저장한 장치로 그간 세월호 침몰 원인, 구조 과정 등을 규명할 핵심 ‘스모킹건’으로 평가돼 온 만큼 군 관계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CCTV DVR 관련 조사 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특조위는 증거인멸의 증거가 상당하고, 관련 증거에 관한 제보가 절실한 점과 사안의 중대성, 긴급성 등을 고려해 조사 내용을 중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CCTV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에서 박병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이 ''해군이 선내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해온 DVR과 세월호 DVR이 상이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발견했다''며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조위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수거된 원본 DVR와 다른 버전의 DVR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해군은 2014년 6월22일 오후 11시40분쯤 세월호 선내 안내데스크에서 DVR를 수거했는데 이는 검찰이 확보한 DVR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우선 해군이 수거한 DVR에는 오른쪽 손잡이 안쪽 부분에 고무패킹이 떨어져 있었지만 검찰이 확보한 장치에는 고무패킹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또 해군의 DVR는 전면부의 열쇠구멍이 수직으로 ‘잠금 상태’로 수거 당시 수중 영상을 통해 확인됐지만, 검찰의 DVR는 열쇠구명이 수평으로 ‘잠금 해제 상태’였고, 내부 잠금 걸쇠가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최초 수거된 DVR는 해경이 마대자루에 보관하다가 추후 검찰이 확보한 것인데 수중영상과 마대자루 촬영 영상의 시간 간격이 짧아 내부 잠금 걸쇠가 훼손될 만한 특별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이를 기초로 해군과 해경이 CCTV 증거자료를 사전에 미리 확보해놓고, 이후 연출을 통해 해당 자료를 수거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8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CCTV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에서 의혹이 제기된 선내 DVR(왼쪽). 조사단은 ''해군이 선내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해온 DVR과 세월호 DVR이 상이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아울러 당시 수거 작업을 진행한 해군 관계자의 증언도 증거물과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는 “DVR 수거 담당자인 A중사는 2014년 6월 22일 밤 11시 40분께 안내데스크에서 DVR을 확인하고 그 본체를 케이블 커넥터의 나사를 푸는 방법으로 분리해 수거했다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케이블은 분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DVR은 5개의 커넥터가 70여개의 케이블 선과 DVR을 연결하고 있는데, A중사 설명대로 케이블을 손으로 다 풀었다면 이 케이블선과 커넥터가 모두 발견돼야하는데 세월호 선체 인양 후 해당 구역과 뻘 제거 영상을 확인한 결과, 커넥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특조위 발표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다. DVR는 그간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히는 핵심 ‘스모킹건’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DVR는 선체 각 구역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담았기 때문에 침몰 원인은 물론 당시 선원들의 구조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이후 두 달여 만에, 그것도 밤 늦은 시간(오후 11시40분)에 비공개적으로 수거된 데다 녹화된 영상도 참사 당일 오전 8시48분까지만 녹화돼 있었지만 생존자들 사이에서 9시30분까지 CCTV가 켜져 있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 제기돼 데이터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과 해경이 가짜 DVR를 수거했다는 특조위의 이번 발표는 누군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걸 감추려한다는 심증을 더할 수 있다. 사회적 참사 특조위의 박병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해군과 해경이 세월호 DVR을 6월22일 이전에 미리 수거해놓고, 이후 이상 없이 꺼내온 것처럼 연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폐의) 윗단(윗선)을 추론하는 게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누군가는 참사가 났을 때 그 상황을 정확히 알고 싶어했을 것이고 그래서 미리 수거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CCTV 조사 중간 발표'에서 유가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즉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이날 중간발표가 끝난 직후 “오늘 조사 결과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과 박근혜 시기 청와대가 개입해 CCTV 녹화영상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준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특조위 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견지해 온 정부는 오늘 조사결과 중간발표를 계기로 전면 재수사 필요성을 인정하고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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