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고성, 속초, 동해 등으로 빠르게 번진 이유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때문이다.
강원 영동지역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양간지풍’(襄杆之風) 혹은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하는 강풍이 분다. 양양과 간성,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다.
양간지풍은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놓일 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위 아래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고기압은 시계방향,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돈다. 따라서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서는 톱니바퀴에 옷자락이 끌려들어오듯 서풍이 불어들어온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한 강풍이 되는 것이다.

이날 새벽 강원 양양 산간에는 순간풍속 초속 32.8m의 태풍급 강풍이 불었고, 고성, 원주, 홍천, 강릉 등지에도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오전까지 이어졌다.
더구나 올 들어 이 지역에는 눈과 비가 뜸해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1∼3월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83.9㎜로,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173.6㎜)의 48%에 불과하다. 동해와 속초도 평년의 55∼56% 강수량에 머무는 등 바짝 메마른 상태다.
가뜩이나 건조한 지역에 고온 건조한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작은 불씨도 곧장 화마로 돌변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5일 오전부터 남고북저의 기압배치가 해소되면서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지난 밤처럼 강한 바람이 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국지적 돌풍을 조심해야 한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산불 발생 지역에서는 불길이 상승한 틈을 타 주위 공기가 빠르게 모여들며 국지적인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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