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영동 지역의 대형 산불은 매년 이맘때 반복되고 있다. 특히 3월∼4월 사이 고성과 양양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이 잦다. 이 시기 건조기를 맞는 임야에 강풍이 불면서 작은 불씨도 거대한 화마로 쉽게 돌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안가의 침엽수림은 불이 한번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인화성을 지니고 있다. 유독 강원 영동에 대형 산불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매년 이맘때 반복되는 영동지역 산불
불과 1년 전 이맘 때도 고성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28일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인근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이틀 동안 축구장 50개 면적과 맞먹는 산림 40ha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에도 강풍주의보와 건조경보가 동시에 발령된 상태였다.
이번 화재로부터 꼭 14년 전인 2005년 4월4일에는 양양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해 문화재로 등록된 낙산사가 소실됐다. 이때 3일간 이어진 화재로 산림 973㏊가 잿더미가 됐고, 건물 250여채가 불에 탔다.
2000년 4월7일에는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무려 9일에 걸쳐 강릉, 동해 삼척의 삼림 2만3448㏊를 불태웠다. 당시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건물 800여채가 불에타 85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영동지역 고온 건조·강풍이 피해 확산
영동지역의 화재가 큰불로 쉽게 번지는 이유로는 이 지역에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과 ‘양강지풍’(襄江之風)이 지목된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양간지풍의 특징은 고온 건조하면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 때도 산불이 옮겨붙은 바람의 최대 풍속은 초속 32m까지 관측됐다. 이번 산불 역시 4일 오후 미시령의 순간 초속이 30m 이상 몰아쳤다.
이 지역에 건조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배경에는 지리적 요인이 크다. 강풍은 봄철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더 건조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또 영서지역의 차가운 공기는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역전층을 만나 속도가 빨라진다.
산불이 주로 밤에 발생하는 이유는 밤이 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고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이동해 상층 대기가 불안정할 때 바람 세기는 강해진다. 이때문에 영동지역의 산불은 2월부터 5월 사이에 주로 발생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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