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중력이 매우 강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촬영이 불가능한 천체였다. 블랙홀에서 빛이 빠져나와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나 과학책 등에 나오는 블랙홀 그림은 모두 이론 계산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다.
블랙홀 주변에는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인 ‘사건의 지평선(horizon of event)’이 있다. 세계 각국 과학자들은 2017년 이를 관측하겠다며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어떤 물질이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일부는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를 관측하면 사건의 지평선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다만 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지상의 대형 광학망원경이나 허블우주망원경(HST), 대형 전파망원경을 뛰어넘는 아주 높은 해상도를 가진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 EHT 공동연구진은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 망원경과 남극망원경(SPT) 등 전 세계에 있는 고성능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사실상 지구 전체 규모의 거대한 가상 전파망원경으로 활용,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EHT를 구성하는 각각의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블랙홀을 관측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하고 여러 번의 보정, 영상화 작업 등을 통해 EHT 연구진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위치한 은하 M87의 중심부의 블랙홀의 ‘그림자’를 사상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블랙홀에 의해 왜곡된 빛이 블랙홀 윤곽을 드러나게 하는데, 이 윤곽 안쪽의 어두운 부분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블랙홀의 그림자를 알게 되면 사건의 지평선 크기를 가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블랙홀 크기와 질량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블랙홀이 있는 은하 중심부의 질량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블랙홀의 윤곽’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했다는 데 있다.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지금껏 블랙홀을 이론적으로 예상했고 존재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얘기해 왔지만, 블랙홀의 존재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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