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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前회장 무리한 인수·합병…중견그룹 몰락 자초

입력 : 2019-04-15 19:22:01 수정 : 2019-04-15 1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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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등 인수로 한때 재계 7위 / 무리한 M&A 유동성 위기 불러와 / 2009년엔 재무구조개선 작업도 / 채권단 추가 지원 거부 날개 꺾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의 모습.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0위대의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국내 두 번째 항공사로 출발한 이후 32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박삼구(사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으로, 2002년 친형인 고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을 맡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인천 회장이 1984년 세상을 떠난 뒤 첫째 아들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뒤를 이었고 1996년 둘째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 2002년 셋째인 박삼구 전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는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갔다.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가풍도 만들었다.

박삼구 전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회사를 재계 서열 7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써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차입해야 했다.

또 인수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금융권의 차입 대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하기로 하는 등 포기 수순을 밟았다.

설상가상으로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 회사가 지난달 22일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시장은 더 이상 박 전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신뢰를 보내지 않았고, 박 전 회장이 회장직 영구 사퇴 등의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

박 전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뿐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박삼구 전 회장의 동반 추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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