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25일 여야의 극렬한 정면 대치로 이틀째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패스트트랙 상정을 강행하려는 여야 4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은 종일 몸싸움 등도 불사하며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국회의장이 경호권까지 발동했지만 정쟁의 무대가 된 국회는 고성, 욕설 등으로 얼룩지며 ‘무법 천지’로 전락했다. 상대방을 향한 각종 고소·고발이 난무해 패스트트랙 상정이 끝나더라도 소송에 따른 법적 다툼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시도했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이날 비상사태를 대비해 모든 의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는 등 국회는 일촉즉발의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본청 7층 의안과를 찾았지만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실력행사에 가로막혀 마찰을 빚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하는 것을 승인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상정을 위해 국회 사개특위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팩시밀리’를 통해 잇따라 상임위에서 강제 사임시켜 유승민 의원 등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전날 오후부터 오 의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국회 의사과를 점거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당 지도부는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해 접수했고, 병원에 입원 중인 문희상 의장은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6시15분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개특위 소속 권 의원마저 협상 도중 강제 사임시킨 뒤 임재훈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시켰다.
강제 사·보임된 오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사·보임계 허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불법적으로 강제 사·보임한 데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권 의원은 “다들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 수장이, 의원이 법을 어기면서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며 “국가의 기본 틀이 깨지는 가운데, 한국당은 더 물러설 수 없고 마지막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