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이면 대학가 원룸촌은 쓰레기 무단투기로 골머리를 앓는다. 원룸 건물 주변 분리배출 시설이나 전봇대 근처에서 종량제 ‘규격용 쓰레기봉투’에 담지 않은 ‘일반 쓰레기’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분리배출 시설이 있더라도 종종 무시된다. 비닐봉지나 종이상자에 담긴 ‘일반 쓰레기’와 캔·유리병·페트병·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및 의류·신발·이불·베개 등이 길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고, 때로는 음식물 쓰레기가 용기째 버려져 있다.
‘여기는 공동 쓰레기장이 아닙니다’라는 경고 전단이 붙거나 현수막이 걸려 있어도 쓰레기가 쌓인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를 안 치우면 ‘왜 안 가져가느냐’고 민원이 들어오고, 치우면 수일 내 그곳에 쓰레기 더미가 다시 쌓인다”고 토로한다.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가 또 다른 쓰레기 불법 투기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낸다. 사소한 무질서가 더 큰 무질서로 이어지는 ‘깨진 유리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도 쓰레기 무단투기에 가세하고 있다. 종량제 ‘규격용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국인노동자 밀집거주지역은 물론,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인 또는 외교관 가족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견된다.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혼자 사는 게 처음인 대학 신입생은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가족과 같이 생활할 때에는 대학입시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가족 성원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민이 쓰레기 배출 방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가 있지만, 그 방식이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종량제 ‘규격용 쓰레기봉투’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물며,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규칙이 없는 나라 출신 외국인은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995년 1월 1일 ‘쓰레기 종량제’와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 시행 이전 해외로 이주한 한국인이 귀국해 생활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 신입생이나 외국인 주민이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발생한 부적응 문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 주민의 과태료 납부율이 90%에 근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 주민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외국 출신 주민이 한국의 쓰레기 배출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다. 외국인 주민은 한국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와 사회제도를 학습하고 체화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의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배출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요건이다. 이어,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주민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전국 공통항목을 맡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별 특수항목만 맡아 구체적 사항을 책자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여러 나라 언어로 그 제도의 취지와 내용 및 위반 시 과태료 부과처분 사항 등을 알려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쾌적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임을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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