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결정을 오는 11월까지 6개월 미루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정했다. 일단 시간을 벌어두고 일본, 유럽연합(EU)과 자동차·부품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안을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상무부가 제출한 자동차·부품 수입의 국가안보 위협성 조사보고서를 검토해 왔고, 18일까지 이에 대한 동의 여부와 대응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면서 승용차의 경우 기존 2.5%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수입으로 인해 통상 안보가 위협받을 때 수입을 긴급히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가 근간이다. 자동차와 부품 수입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정한 것이다.
미 상무부는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동차 수입 때문에 미국 내 생산이 계속 줄어들면서 미국의 혁신 역량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며 “미국이 보유한 기업들의 연구개발 지출이 지체돼 혁신이 약화하고, 그에 따라 우리 국가안보가 훼손될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일본, EU와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자동차 고율 관세는 일본과 EU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끌어낼 지렛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CNBC방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추가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관리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통해 이미 자동차 교역 문제를 매듭지은 한국, 캐나다, 멕시코는 ‘관세폭탄’의 예봉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정부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예외, 연장 소식에 이날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제조 업체 주가가 출렁거렸다.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장중 13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39%) 떨어진 12만7500원에 마감했다. 기아차는 개장 후 급등세를 보이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400원(0.95%) 오른 4만2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관련 소식이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현대차, 기아차 주가는 각각 9.25%, 8.53% 하락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자동차가 미국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전개되면 현대차의 경우 5.6%, 기아차의 경우 7.8%의 주가 상승요인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유럽 등 경쟁국들이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받아 관세를 물게 될 경우 반사이익으로 현대차, 기아차의 주가 상승 폭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김범수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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