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불똥이 결국 대만으로 튀었다. 미국이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작업에 착수하면서 대만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 목록에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이 포함됐고, 대만 회사 대부분이 미국 3대 PC 회사에 노트북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대만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 품목에 스마트폰과 컴퓨터, 가전제품이 처음 타깃이 되면서 아시아의 다른 국가보다 대만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대만 경제성장이 최소 1%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트북과 PC, 스마트폰 등 중국에서 조립된 전자제품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업체의 주문이 줄어든다. 따라서 대만과 중국 본토에 있는 대만 기업의 부품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대만 제조업체는 미국 3대 PC 회사에서 만드는 컴퓨터의 90% 이상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추가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3805개 품목, 약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했다. 미국의 산업 및 국방에 꼭 필요한 희토류, 의약품 등을 제외한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의류, 신발, 연필깎이, 우유, 육류 등 생필품이 망라됐다. USTR는 다음 달 17일 공청회를 열고 이후 7일간 최종 면제 신청을 받는다. 일정상 다음 달 24일 이후부터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SCMP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미국의 과세 추가 조치가 1년 안에 발효된다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27%로 보고 있다. 따라서 1%포인트 하락은 올해 대만 경제성장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대만 현지언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자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중국에 세운 생산 라인 일부를 대만으로 다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최대 협력사이자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홍하이(鴻海) 정밀공업 궈타이밍(郭台銘) 사장은 지난 13일 “미·중 무역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달처를 재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또 아이패드 등을 제조하는 대만 업체 ‘컴팔’도 미국의 4차 관세 폭탄이 발동될 경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일부 생산공장을 옮길 방침이다.
이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고, 대만 경제가 휘청일 경우, 대만 정치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차이잉원 총통의 1월 총통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CMP는 “중국 본토에 생산기지가 있는 대만 기업들은 현재 매우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은 관세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긴급성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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