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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과 맞먹는 개짖는 소리… ‘층견(犬)소음’ 갈등 방치

입력 : 2019-05-19 13:00:00 수정 : 2019-05-19 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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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층견(犬)소음 갈등에 ‘개소음 방지법’ 제정 목소리 나와

경기도 안양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모(53)씨는 석 달 전 이사 온 아랫집의 강아지 때문에 고통스럽다. 시도 때도 없이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려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가 없어서다. 한번은 옆집에 사는 남성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에서 개를 키우면 어떡하냐”고 소리 질러 경찰이 출동하는 이웃갈등으로까지 번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씨는 “(강아지 주인이) 다세대주택에서 강아지를 키우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강아지를 짖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하는 게 정상인데 적반하장”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선 강아지 짖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같은 아파트 주민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아파트 주민 A(45)씨는 “개 때문에 못 살겠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개주인 B씨와 B씨 어머니를 찾아가 욕설하고 폭행해 각각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난해 기준 1000만명대에 들어서면서 강아지로 인한 소음을 가리키는 일명 ‘층견(犬)소음’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층간소음에 비해 층견소음은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개소음 방지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강아지 짖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는데?

 

현행법상 층간소음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대상이다. 소음은 크게 전자기기에서 나는 ‘공기전달 소음’과 뛰는 등 행동으로 인한 ‘직접충격 소음’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기전달 소음의 경우 5분간 평균측정기준으로 주간 45dB(데시벨), 야간 40dB을 넘으면 소음으로 규정된다. 직접충격 소음은 1분간 평균측정기준 주간 43dB, 야간 38dB을 넘거나 최고 소음이 주간 57dB, 야간 52dB를 넘으면 소음으로 인정될 수 있다. 소음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150만~200만원 수준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로 인한 소음은 법적소음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소음을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의 경우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기준에 따라 층견소음은 조정 대상이 되지 못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의 경우 직접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동물보호법의 ‘책임 있는 문화조성’이란 부분과 공동주택관리법에 ‘가축의 사육피해를 주는 경우 관리주체가 동물의 사육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지만 개별적인 법들이라 명확한 규제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은 서울에서만 매년 1000건을 넘고 있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소음 민원통계를 조사한 결과 2015년 1377건, 2016년 1505건, 2017년 9월 말 기준 1317건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소음을 막을 기준이 없어 민원이 와도 해결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완전해결이라기보다 소음을 유발한 가정에 민원이 제기됐다고 전달하는 역할 정도 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개소음 방지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도 2017년부터 현재까지 40여건이 올라있다.

 

◆ 일반 소음 2~3배에 달하는 강아지 짖는 소리…차음 대책 등 ‘펫티켓’ 노력해야

 

강아지로 인한 소음은 사람이 낸 소음 기준의 2~3배에 달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도쿄도가 2005년 강아지별 짖는 소리 데시벨을 측정한 결과 작은 개는 80dB, 큰 개는 90dB 수준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이 작은 순서대로 살펴보면 포메라니안은 78dB, 보더콜리 84dB, 셔틀랜드 쉽독 85dB, 시바이누 86dB, 화이트테리어 86dB, 미니어처 닥스훈트 89dB, 비글 89dB, 골든 리트리버 91dB, 세퍼트 91dB, 아메리칸코커스파니엘 92dB, 래브라도 리트리버 92dB 순으로 나타났다. 90dB은 20m 앞에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수준과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일수록 ‘펫티켓’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 김귀은 동물복지팀장은 “반려인은 비반려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반려견의 사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내 강아지가 왜 짖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소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스스로 나서 차음(遮音)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일반 아파트의 경우 개짖는 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며 “초인종을 누르거나 사람 걷는 소리가 들리면 개들이 외부 적이 침입했다고 인식하고 심하게 짓는 경우가 많아 소음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초인종 벨 소리를 불빛으로 바꾸거나 차음을 위해 현관문에 여닫이문을 설치하는 등 강아지를 키우는 집은 소음을 줄이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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