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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중독은 질병"…게임은 정말 '나쁜' 것일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5-28 07:52:45 수정 : 2019-05-28 07: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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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이용 장애 질병으로 분류…"게임도 중독시 질병으로 볼 수 있다" / 게임중독 부작용 치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WHO 결정 반기는 분위기 / 韓 게임산업 위축 우려 적지 않아…'게임=질병' 경계해야 / 정부, 업계, 시민단체 의견 종합해 합리적인 도입방안 마련…사회문화적 논란 조정하고 합의점 도출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WHO는 음주나 도박 등도 정도에 따라 질병, 혹은 범죄가 되는 것처럼 게임도 중독시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중독 판정 기준은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 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라고 부연했습니다.

 

게임중독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WHO의 이번 결정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됩니다.

 

다만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게임'이 무조건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인데요.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례는 전에도 많았습니다. 게임아이템을 사기 위한 절도나 횡령 등의 크고 작은 범죄도 있었고,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직접 현실에서 만나 다툼을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게임중독에 빠진 젊은 부부의 아들 학대살해 사건도 있었는데요.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로 볼 수 있지만, 원인이 게임중독이라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게임업계는 아직 국내 도입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 합리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여러 사회문화적 논란들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도록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 결정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보건당국의 움직임이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등 정부 부처 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체부는 27일 게임중독의 질병 규정에 반대하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밝히면서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WHO 결정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입니다.

 

그러면서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WHO 결정을 수용해 국내 도입 절차작업에 착수하려던 보건당국의 계획에도 제동을 걸었습니다.

 

전날(26일) 보건복지부가 문체부 등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 전문그룹, 법조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다음달 중 구성해 게임중독 질병 지정을 둘러싼 여러 사회문화적 논란을 논의하겠다며 앞으로 추진일정을 밝힌 데 대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만 문체부는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공식화한 복지부 제안 협의체에는 반대하지만, 국무조정실 등이 주관하는 협의체가 구성되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참여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문체부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WHO 회원국으로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WHO의 권고를 따라야 합니다.

 

보건당국은 WHO 결정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도 진단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모호한 기준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덜어줘 오히려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건당국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해도 진단기준 명확하게 규정하면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

 

이같은 보건당국의 움직임에 게임업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복지부와는 입장이 사뭇 다른데요. 게임이용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고, 진단 기준·절차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WHO와 의학계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일진들은 돈 내 놓으라고 괜한 손목 비틀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복지부가 게임사업자에게 중독 치유에 필요한 분담금을 부담토록 하는 이른바 '게임중독세' 도입을 논의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산업 규모는 1620억7900만 달러(한화 약 181조6905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2%로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게임을 바라보는 중독·도박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다른 산업처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성장한 13조1423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2300만 달러(6조6980억 원)에 달했는데요.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로 하락세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통해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는데요.

 

공대위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게임 개발자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창작적 표현에 있어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게임산업협단체도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남아공, 브라질을 포함한 전 세계 게임산업협단체는 WHO 회원국들에게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 ICD-11에 포함하는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는데요.

 

전 세계 게임산업협단체는 성명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WHO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지침들은 독립된 전문가들이 뒷받침하는 정기적이며 포괄적이고 투명한 검토가 기반이 돼야 한다. 게임이용장애는 WHO의 ICD-11에 포함될 만큼 명백한 증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WHO가 학계 동의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을 비판했습니다.

 

◆게임업계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많은 이들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번 WHO 결정에 국내 의학계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가장 늦게 성숙, 청소년기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정영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뉴스1에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주중 3시간 이상, 주말에는 6~12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를 흔하게 발견한다"며 "엄청난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만회하고 행동 주체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30년 전만 해도 부모들의 걱정은 텔레비전을 과도하게 시청하는 것이었다"며 "게임은 이를 뛰어넘는 재미를 주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는데요.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에 빠지는 원인을 '뇌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태어난 이후부터 계속 성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성장 대신 성숙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뇌의 크기만 커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뇌 성숙은 일부 개인차가 있는데요.

 

한가지 주목할점은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 성숙 속도가 제일 느리다는 것이라고 뉴스1은 전했습니다.

 

사람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뇌가 다양한 자극을 추구하고 학습하려는 충동이 강해지는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고 억제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입니다.

 

정 교수는 뉴스1에 "게임은 사용자가 계속해서 집중하고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너무 어렵거나 쉬워서도 안 되고,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대결을 유도해 승부욕을 자극하고 실력이 점차 향상돼 성취감을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운이 따르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는 큰 즐거움으로 느껴진다"며 "인간의 뇌가 최대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중독을 예방하려면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가족사용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게임을 하더라도 하루에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고, 부모도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중독을 단순히 청소년 문제로 보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스1에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2030대 성인들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특정 연령대 문제로 보는 것은 근거가 약한 만큼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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