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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숫자 늘지만… ‘젊은 노인’엔 허드렛일뿐

입력 : 2019-06-09 18:52:57 수정 : 2019-06-09 18: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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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노인 취업자 1년새 19만명↑/ 대부분 비정규직·시간제 근로자/ 세전 월평균 임금 159만1000원/ “민간기업에 혜택 줘 참여 유도를”
#. 대학 졸업 후 S은행에 입사해 한때 인천 지역의 지점장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가던 박모(62)씨. 희망퇴직 이후 삶의 연장전은 순탄치 않았다. 금융권 경험을 살려 보험 컨설턴트로 나섰지만 실적 압박과 격무로 버티기 버거웠고, 재작년 그만둔 뒤엔 일용직을 근근이 이어오고 있다. 박씨는 “내 경력을 살릴 만한 일자리는 없고 할 수 있는 건 막노동밖에 없다는 게 씁쓸하다”고 한숨지었다.

#.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직원으로 기획력을 인정받던 임모(61·여)씨. 지난해 정년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백방으로 찾고 있지만 뜻대로 되질 않고 있다. 임씨는 취미생활로 해오던 ‘가구 소품 만들기’ 가계를 하나 차릴까 고민 중이다. 그는 “몸도 불편하지 않고, 열정도 청년보다 뒤처지지 않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싫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열린 ‘2018 경력직·중장년 미니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준비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젊은 노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를 찾은 이들은 뉴스의 주인공이 될 만큼 드문 게 현실이다. 일자리 숫자는 늘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그대로여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민간은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9일 통계청의 최근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분석해 보면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인 4월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7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17만1000명)의 견인차가 노인 취업자였던 셈이다.

문제는 노인 일자리의 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연구 의뢰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창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근로자가 53.9%에 불과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대부분(92.6%)이 임금 근로를 선호하지만 현실은 천양지차다.

설령 임금근로자라고 해도 대부분은 직위나 직책이 없거나 평사원이다. 사업장 규모로 보면 임금근로자의 76.4%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한다. 고용 안정성의 척도인 1년 미만 단기 근속자 비중도 30.1%에 달했다. 60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세전 월평균 임금은 159만1000원으로 은퇴 직전인 56∼59세(279만8000)에 크게 못미친다. 전체 고령자 4명 중 1명(25.2%)은 시간제 일자리다.

정년퇴직 패턴도 ‘완전은퇴’, ‘점진은퇴’, ‘메뚜기형 은퇴’ 중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메뚜기형이 다수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용절벽을 막으려는 고육책인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59만명에게 노인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대부분 1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에 불과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문정 선임연구원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살펴보면 민간이 차지하는 부분은 전체의 20%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노인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고 ‘60+’세대의 고용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금재호 교수(노동경제학)는 “고령자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동시에 그 사람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남혜정 기자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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