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만 해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동맹국들에 반(反) 이란 전선 구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17일 외교부는 러시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오후 10시10분(한국시간 17일 오전 4시10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15분간 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이번 통화에서 6월 말 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과 함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오만 해역 유조선 피격사건 등 중동 정세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양 장관은 이와 관련해 긴밀한 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한 사안에 대해 계속해서 수시로 소통·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은 오만 해상 유조선 2척 피격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며 이란을 압박하기도 했다. 강 장관과 전화통화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전 세계가 뭉쳐야 한다”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거론했다. 또 최근 무역분쟁이 한창인 중국까지도 “중국의 원유 8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한다”며 반이란 전선 구축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조선 피격사건에 앞서 미국은 중국 통신회사인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맹국들과 민감한 정보공유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동맹국을 압박한 바 있다. 지난 11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에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의 네트워크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가 있다면 민감한 정보를 이들 국가와 어떻게 공유할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미·중 무역분쟁 사안이 아닌 대(對) 이란 제재와 관련해서도 동맹국들의 참여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패권 행보에 대한 동맹국에서의 마찰음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지난 14일 미국이 오만해에서 발생한 두 척의 유조선 피격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후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며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만으로는 공격 배후를 가려내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자국 유조선이 피해를 본 일본마저도 미국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독일과 마찬가지로 ‘구체적 증거’를 미국이 제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및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미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르면 24일 방한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판문점 등에서의 북·미 실무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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