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다 머리 다친 세월호 수습 공무원…"공무상 재해" 법원 판단 근거는

‘세월호 사고’ 수습 관련 업무를 담당한 한 공무원이 동료들과 술 마시다 쓰러져 머리를 다친 사안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김동오 부장판사)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 행정 지원’ 업무 등을 담당했던 A씨는 2015년 10월21일 오후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갑자기 의자에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이로 인해 뇌출혈·두개골 골절 등으로 수술을 받은 A씨는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무상 요양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세월호 수습 관련 업무 외에도 각종 사업·행사를 추진하면서 과중한 업무가 이어졌다는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5년 5월에는 동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져, A씨가 수습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항소심에서 “음주 자체나 음주 후 평형 능력이 줄어드는 등 개인적인 이유로 발생한 외상”이라며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고 전 마신 술의 양이 평소 주량보다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 아니었고, 별다른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세월호 수습 관련 업무 등을 위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주된 발생 원인이 됐거나 그것이 다른 원인과 결합해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우진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