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도 ‘우리공화당’으로의 당명 변경을 알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계속 교감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 대한애국당에서 당명을 바꾼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가 지난 24일 언론에 밝힌 입장 일부다. 우리공화당은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 철거를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격렬히 대립하며 출발과 동시에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단순한 ‘교감’ 정도가 아니고 우리공화당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친박근혜) 인사는 언론에 “대한애국당이 당명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새 당명을 옥중에서 직접 써서 당 지도부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흡수되고 만 한국미래연합(2002), 탄핵·파면과 동시에 소멸한 새누리당(2012∼2016)에 이은 박 전 대통령의 3번째 정당정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박 前대통령에 현실정치 실감케 한 '한국미래연합'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요즘 여의도 정가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을 통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면서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종국에는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판도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공화당이란 당 이름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작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인 박근혜’와 ‘당명(黨名)’에 얽힌 사연들에 이목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 옛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지역구 국회의원(대구 달성)으로 당선되며 중앙 정치 무대에 처음 뛰어든다.
대구·경북(TK)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라는 ‘후광’을 등에 업은 박 전 대통령은 초선 의원임에도 한나라당의 일약 부총재로 추대됐다. 당시 총재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였다.
2002년 대선 도전을 노리는 이 전 총리와 역시 만만치 않은 야망을 지닌 박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선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 당내 경선 단계에서부터 충돌한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한테 “총재 1인 지배 정당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 전 대통령은 한동안 ‘한국미래연합’(2002년 5월∼11월)이란 소수정당을 이끄는 처지가 됐다.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새누리당'
한국 정당사에 박 전 대통령의 한국미래연합은 ‘실패한 정당’으로 기록돼 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 의원 단 2명 배출에 그치며 참패했다. 하지만 대권 재도전에 나서는 이 전 총리 입장에선 중량감 있는 유력 정치인 한 명의 지원이라도 절실했다.
한국미래연합은 이 전 총리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대선 직전인 2002년 11월 한나라당과 합당한다. 이 전 총리가 대선에 져 정계은퇴를 한 뒤 ‘무주공산’이 된 한나라당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회창의 당’ 이미지가 워낙 강한데다 이명박(MB),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다른 대권주자도 많은 한나라당이 온전히 ‘박근혜의 당’이 되기까진 10년 가까운 세월이 더 흘러야 했다.
이른바 ‘국회 돈봉투’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초토화한 2012년 초 박 전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으로 당권을 완전히 접수한다. 그해 2월 1997년부터 거의 15년가량 써 온 ‘한나라당’ 당명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전 총리가 지은 ‘한나라당’ 문패가 사라지고 철저히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새누리당’으로 변신했다. 그 새누리당은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와중에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바뀐다.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대권을 거머쥔 박 전 대통령은 당명의 소멸과 동시에 탄핵·파면을 거쳐 권부에서 퇴출됐다.
비박(비박근혜) 성향의 한 야권 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우리공화당’은 2002년 ‘한국미래연합’, 2012년 ‘새누리당’에 이은 3번째 도전”이라며 “‘야당 분열’ 등 비난의 파상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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