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이 이뤄진 30일 판문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성 참모 두 명이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와 최근 백악관 대변인직을 맡게 된 스테파니 그리샴이 그 주인공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내내 멜라니아 여사 대신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아 활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29일 청와대 만찬에서 김정숙 여사의 카운터파트도 이방카 보좌관이었다.
이방카 보좌관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함께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행에도 동행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대동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북·미 양측의 ‘로열 패밀리’이면서 두 정상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향후 북·미 협상 재개 국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은 두 사람이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따로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두 정상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통성명은 주고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방카 보좌관 부부는 북·미 정상이 자유의집에서 나오기 직전 군사분계선(MDL) 상의 회의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북한이 어땠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초현실적”(Surreal)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리샴 대변인은 백악관 풀기자단의 취재를 돕기 위해 북측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탓에 의전·경호·중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는데, 북한 경호원들이 취재를 막자 백악관 대변인까지 끼어드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샴 대변인은 경호원을 손으로 민 뒤 몸으로 버티면서 취재진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가 “가세요”(Go)라고 외치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틈새를 이용해 진입할 수 있었다. 한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그리샴 대변인이 약간 멍이 들었다고 AP에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으로 지내다 지난달 25일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된 그리샴 대변인은 전임자인 세라 샌더스처럼 언론과 종종 대립각을 세워 왔지만 이날 만큼은 ‘세기의 이벤트’ 취재 지원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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