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개봉 미뤄질까

이달 개봉 예정인 영화 ‘나랏말싸미’의 원작 출판사가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개봉이 미뤄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서출판 나녹은 지난달 27일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조철현 감독,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나녹 측은 지난 2014년 자신들이 발간한 도서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 ‘나랏말싸미’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나녹은 이 책의 독점 출판권과 영화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제작사와 감독은 출판사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책의 내용을 토대로 등장인물의 구성, 배경 설정 및 시나리오 작업에 이미 들어가 투자까지 유치했다”며 “지난해 출판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협의를 시도했다가 협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영화 제작을 강행해 저자와 상의 끝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나녹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리우의 정경석 변호사는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 영화의 제작사 측은 원작의 권리자에 대하여 영화화에 대한 법률상 동의를 받아야 하고, 원작 권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제작된 영화는 불법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화사 두둥 측은 입장문을 내고 “영화 ‘나랏말싸미’가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며 “출판사 측의 주장은 부당하고 이유 없다”고 반박했다.

송강호, 박해일, 고(故) 전미선 등이 출연하는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창제 과정에 함께 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으로, 24일 개봉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