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서울 내 자율형사립고 8곳에 지정취소를 통보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이 2020년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놓였다.
교육청은 9일 서울 종로구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전날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심의한 결과, 올해 평가대상 13개교 중 8개교는 지정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 청문 등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학교는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하나고, 한가람고 등 5곳에 불과하다.
이번 평가 결과는 이미 5년 전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탈락한 학교 8곳 중 7곳이 2014년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 또는 취소유예 통보를 받은 바 있어서다. 2014년 재지정된 후 올해 지정취소가 내려진 서울 내 자사고는 한대부고가 유일하다. 한대부고를 제외한 7곳은 당시 사전동의권을 가진 교육부의 ‘부동의’ 권한 행사로 지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평가에서 또다시 교육부에 학교 운명을 걸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청은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해당 자사고에만 통보했다. 앞서 0.39점 차이로 탈락해 논란이 증폭된 전주 상산고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에서도 점수 미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교장, 학부모, 동문회 등이 “교육 당국의 ‘자사고 죽이기’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점수 공개로 불거질 내분을 차단하고 같은 편의 전열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청은 지정취소를 통보한 자사고 8곳을 대상으로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교육부가 동의하면 해당 학교들은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지만,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교육부 동의를 받아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는 학교에 대해선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방침을 세웠다. 또 별도의 재정 지원을 통해 재학생의 학습권 보장,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이번 평가결과 발표 후속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 지원 방향 △경쟁위주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포함한 입장을 곧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교육감은“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번 자사고 운영평가가 경쟁 위주의 고교교육과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이후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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