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설들의 뒤를 류현진(32·LA 다저스)이 잇는다. 1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벌어질 2019 MLB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NL) 올스타팀 사령탑을 맡은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하루 전인 9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을 선발투수로 공식 발표했다. 이미 지난 1일 로버츠 감독이 NL 올스타 투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류현진이 선발 투수”라고 언급해 등판이 90% 이상 유력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발 마운드의 주인으로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올스타전 선발 등판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로서 최초이자 아시아 선수 전체로는 노모 히데오(1995년)에 이은 두 번째 영광이다.
이로써 류현진은 팬투표로 뽑힌 아메리칸리그(AL)의 최고 타자들과 경기 시작과 동시에 대결하게 됐다. 일단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1이닝만 소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AL 올스타팀의 조지 스프링어(30·휴스턴), D J 르메이유(31·뉴욕 양키스), 마이크 트라우트(28·LA 에인절스)와 차례로 상대하고, 주자를 출루시킬 경우 카를로스 산타나(33·클리블랜드), J D 마르티네스(32·보스턴) 등과 맞붙게 된다. 이 중 류현진은 스프링어와는 첫 만남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을 상대로는 뛰어난 승부를 펼쳐왔다.
짧은 이닝만 나설 것으로 예상돼 불리한 입장이긴 하지만 MVP 레이스에도 명함을 던져볼 만하다. 선발투수가 워낙 주목받는 자리인 덕분이다. 1962년부터 선정된 올스타전 MVP 중 투수 MVP는 7번으로, 이 중 5번이 선발투수였다. 특히, 1999년 보스턴 소속으로 AL 올스타 선발로 나선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2이닝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6명 중 5명을 삼진으로 처리해 강력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MVP에 선정됐다. 류현진은 1이닝만 던질 예정이지만 AL 최고 타자들을 압도하고, 타자 중 이렇다 할 MVP 후보가 없을 경우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
류현진은 자신에게 예상된 1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하겠다고 각오를 내놨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스타전 같은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처음 미국에 올 때 이런 자리까지 올지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상위 타선에서 최대한 안타 안 맞고 깔끔하게 하고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MLB 올스타전 밟은 한국 선수는 누구?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린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류현진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개척한 박찬호와 김병현, 추신수가 앞서 이미 이 무대를 밟았다.
박찬호의 올스타전은 미국 현지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전설적인 유격수 칼 립켄 주니어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LA 다저스 소속으로 2001년 올스타전에 출전한 28살의 박찬호는 랜디 존슨에 이어 3회 내셔널리그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박찬호는 첫 타자 립켄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김병현의 성적도 다소 아쉬웠다. 23살에 불과한 나이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무리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그는 2002년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가 5-3으로 앞선 7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토니 바티스타, 미겔 테하다, 폴 코너코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준 뒤 A J 피어진스키를 2루 땅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종 성적은 0.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
야수 최초로 올스타전에 나선 추신수는 안타와 함께 득점도 올리며 인상적인 올스타전을 치렀다. 36세의 늦은 나이로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18년 올스타전에서 나선 그는 8회초에 4번 타자 넬슨 크루즈를 대신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의 타석에 올랐다. 상대 7번째 투수 조시 헤이더의 5구를 받아쳐 깨끗한 좌전 안타로 출루한 그는 대타 진 세구라의 좌중월 3점포 홈런으로 득점도 하며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서필웅·이복진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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