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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의료계, 이르면 내년 범죄로 악용되는 ‘졸피뎀’ 처방 기준 마련한다

입력 : 2019-07-28 09:47:26 수정 : 2019-07-28 09: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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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대표적 치료약이지만 범죄 악용 부작용 / 어금니 아빠, 고유정도 ‘졸피뎀’이 무기 / 현재 처방 가이드라인 없이 ‘하루 1알’ 안내 정도 / 의사협회 ‘졸피뎀’ 설문조사 실시 / 대다수 의사 "하루 2알 이상이면 오남용" / 처방기준 마련돼도 법적 강제성은 없어
고유정.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씨는 범행 과정에서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이르면 내년 수면유도제 ‘졸피뎀’ 처방 기준을 마련한다. 고유정 사건 등 최근 졸피뎀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면서 치료 목적 사용과 오남용 간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8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르면 내년 졸피뎀 처방 가이드라인을 마련·발표할 예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식약처와 협회가 올해부터 3년간 졸피뎀 등 마약류에 대한 오남용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졸피뎀의 경우 내년쯤 처방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의 경우, 졸피뎀의 처방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다. 단지 식약처는 졸피뎀 허가사항에 하루 1알 복용이 가능하고 4주 이후에는 환자 상태를 재평가하도록 했다. 허가사항은 처방 기준이라기보다는 의약품 출고시 부여한 안내 사항과 유사하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일선 병원에서 적용될 졸피뎀의 구체적인 처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처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소속 회원 11만여명에게 졸피뎀 사용 기준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를 발송했다. 협회는 설문조사에서 “최근 마약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마약류 통제 강화의 여론이 급중하고 있고, 졸피뎀의 오남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식약처와 공동으로 치료 목적의 사용과 오남용 사이의 경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설문조사는 총 13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졸피뎀 오남용 기준을 만들 때 1일 평균 몇 알 이상이 오남용이라고 판단되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졸피뎀 처방 가이드라인은 환자 1인당 하루 몇 알 이상 처방시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하고, 기준을 초과한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에게는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은 없고 권고 효과만 갖는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의사들은 졸피뎀이 환자 1인당 하루 평균 2알 이상 처방될 경우 오남용이 의심된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부분 의사들은 환자 1인당 하루 평균 1알 이하로 처방될 때 오남용이 아닌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해 식약처와 함께 졸피뎀 처방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식약처와 의료계가 졸피뎀의 치료 목적 사용과 오남용 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별도 처방 기준 마련과 함께 졸피뎀 오남용을 막기 위해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4월 졸피뎀 처방 건수가 많은 의사 1200여명에게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안내 메일에는 평균 졸피뎀 처방건수와 비교해 해당 의사가 얼마나 추가로 처방했는지가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죽은 사람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졸피뎀을 처방하거나 자가처방을 많이 한 의사들은 수사의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매년 안내 메일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피뎀은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각종 범죄 도구로 악용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2012년 진정제 성분 약물로 인한 성범죄 148건 중 졸피뎀이 사용된 범죄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졸피뎀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2017년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강제추행·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경우 피해 아동에게 졸피뎀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 남편을 무참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유정도 고씨가 미리 준비한 졸피뎀을 전 남편 음식물에 넣어 먹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이란게 검찰 판단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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