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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김태한 주연 연극 ‘비너스 인 퍼’ / 연출가와 여배우 ‘밀당’ 섬세하게 그려
연극 ‘비너스 인 퍼’에서 배우 이경미와 김태한이 열연하고 있다. 달컴퍼니 제공

어느 비오는 날 늦은 오후 야심 많은 연출가 토마스는 애인에게 전화로 푸념한다.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연극에 출연할 배우를 고르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종일 오디션을 봤지만 쓸 만한 배우는 하나도 없었다며 그 앞에 섰던 여배우 능력과 지성을 싸잡아 흉본다.

이때 핫팬츠, 망사 스타킹 차림의 도발적 모습으로 벤다라는 여배우가 들이닥친다. 애초 오디션 명단에도 없는 정체불명 인물이지만 이미 끝난 오디션을 보겠다고 막무가내 떼를 쓴다.

 

그들이 읽는 건 ‘비너스 인 퍼’라는 오스트리아 작가 자허마조흐가 쓴 소설을 2인극으로 토마스가 각색한 대본. 실존 소설인 비너스 인 퍼는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마조히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작품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비너스 인 퍼’는 이렇게 시작한다. 건성으로 벤다의 상대역을 맡아 대사를 낭독하던 토마스는 점차 극중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벤다는 불쑥 흐름을 끊고 대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한다. 토마스는 “모순이 아니라 모호한 것”이라고 변명하나 결국 어느 순간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며 벤다에게 무릎 꿇는다.

2010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가장 섹시하고, 가장 신선한 연극’이란 호평을 받은 이 연극을 2017년 국내 초연한 김민정은 이번 재연도 연출을 맡았다. 김민정은 자신의 장기인 섬세한 연출로 캐스팅 권한을 가진 토마스와 배역을 간절히 원하는 벤다 사이 권력관계를 긴장감 속에 역전시킨다. 오로지 토마스와 벤다가 장면전환 한 번 없이 공연 시간 100여분을 이끌어간다. 두 배우 역량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무대다. 지난 7일 공연에는 초연 때도 벤다로 호평받은 이경미와 뮤지컬 ‘아마데우스’ ‘도리안 그레이’,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에서 섬세한 연기를 선보여온 김태한이 등장했다.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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