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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펄럭였다’는 태극기로… 일제 남산 역사의 페이지를 열다

입력 : 2019-08-15 06:00:00 수정 : 2019-08-14 17: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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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해방 후, 남산 하늘에 태극기가 펄럭였다고요?

먹구름이 잔뜩 낀 듯한 날, 경건한 자세로 국기 게양대에 대형 태극기를 매달고 있는 세 남자. 서울역사편찬원이 2004년 펴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작(1945-1961)’이라는 책자에 담긴 사진 속 장면이다. 사진 아래 ‘해방 후, 남산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다(1945.08.25)’는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은 광복을 다룬 언론보도나 서적, 기고문 등 관련 자료에 두루 실려있는데 태극기 게양 장소가 ‘남산’인 점은 같지만 게양일이 사진에 따라 8월15일이나 8월25일로 엇갈린다. 태극기 게양이 ‘적어도’ 8월15일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언한 어떤 자료는 “당시 라디오 보급률은 1943년 기준 3.7%로 매우 낮았다”며 “조선인들에게 해방소식이 그렇게 빨리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이 ‘남산 태극기’를 둘러싼 역사를 추적해봤다.

 

서울역사편찬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작(1945-1961)’ 책자에 실린 남산 국기 게양대 사진. 게양일이 1945년 8월25일이라 나왔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남산 팔각정에 남은 ‘국사당터’…‘민족정신 말살’ 위한 일제의 표적

 

14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사진 속 인물들이 태극기를 게양한 장소는 지금의 남산 팔각정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선 ‘국사당(國師堂)터’ 표석 자리나 근처로 볼 수 있다.

 

국사당은 남산을 ‘목멱대왕(木覓大王·남산의 옛 이름은 목멱산)’에 봉하고 제사를 지내고자 태조 5년(1396년)에 남산에 세운 사당이다. 당시 조선의 민속신앙은 무척 강했으며, 국가가 제사를 맡았다는 의미에서 ‘국사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10년 조선을 강제 점령한 일제는 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1925년 그들의 신사(神社)인 조선신궁(朝鮮神宮)을 남산 중턱에 세웠다. 또 국사당이 조선신궁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다. 일제 강압으로 남산의 국사당은 인왕산 자락으로 옮겨졌지만, 형태와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이 2017년 공개한 ‘민족의 얼과 염원 담은 태극기의 변천사 한눈에 본다’는 자료의 태극기 게양 사진. 국가기록원 제공

◆‘국사당터’에 일장기 내건 일본인…광복 후 ‘태극기’ 올랐다

 

역사자료들을 보면 1932년 어느 날, 일제의 오쿠보(大久保)라는 사람이 국사당터에 일장기를 휘날리고자 국기게양탑(국기게양대)을 세운다는 기사가 경성일보에 게재됐다. 철재로 만든 탑의 높이는 100척(尺·1척은 30㎝ 내외)이며, 가로 27척·세로 18척 크기의 국기를 건다는 거다. 조선인이 신성하게 여긴 남산에 일장기를 건다는 건 우리 민족정신에 날카로운 창을 꽂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왕이 미공군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에 두 손을 들면서, 일제강점기는 35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해방 소식을 접한 조선인들은 수십년에 걸친 민족수탈의 아픔과 울분 그리고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전국 곳곳에서 토해냈다.  남산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남산 팔각정 인근에 선 ‘국사당터’ 표석.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남산…‘촬영자, 등장인물’은 여전히 알 수 없어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팔각정 근처 어디에서도 국기 게양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국가기록원이 2017년 공개한 ‘민족의 얼과 염원 담은 태극기의 변천사 한눈에 본다’는 자료에 실린 광복 16주년 기념 남산 태극기 게양(1961년) 사진을 토대로 당시 게양대가 있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역사적인 사진 속에 등장하는 세 남자나 촬영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순우 책임연구원은 “(정확한 촬영일이나 촬영자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해방운동 관련 단체 인물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사진의 정확한 내용을 아는 분의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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