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한·미와 미·일 동맹을 경시하는 발언을 해 눈총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미내카 셸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한국과 일본을 비판한 뒤 “동맹이 적보다 미국을 더 우려먹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의 접경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국경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방위비 인상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에도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한국에는 경계선(군사분계선)이 있고 군인(미군)들이 장벽을 지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그 대가를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많은 자동차를 수입해오지만, 우리는 일본에 밀을 수출할 뿐”이라고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을 겨냥해 “솔직히 우리와 최악의 거래를 하는 나라는 바로 우리 동맹국들”이라며 “우리의 동맹이 우리 적들보다 우리를 훨씬 많이 이용하고 있다.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이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문가인 패트릭 버캔은 “트럼프의 동맹 경시 발언은 내년 대선을 위한 선거용 수사”라고 지적했다.
버캔은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권, 특히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서 나온 수많은 반(反)동맹 발언에 대해 동맹국들은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이나 방향이라기보다는 선거용 수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동맹 경시 발언에 대해 동맹국들은 에누리해서 듣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보다는 오히려 첫 해외 순방으로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동맹을 찾아 파트너십을 강조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행보가 미국의 동맹관(觀)에 더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버캔은 “동맹국 정부들이 직접 대화라는 측면에서 대통령보다는 에스퍼와 같은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을 앞으로 보게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선거용 수사와 현실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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