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중국 측은 “홍콩 일은 내정”이라며 제안을 일축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돼 11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에게 일대일 회담을 요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 짓고 싶어 하지만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사태가 악화할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를 연계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고 잘라 말했다.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무력 개입 대신 법 집행을 통한 사태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시사평론가 린허리는 중국 본토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사태에 대한 시 주석의 최신 지시는 ‘군대를 동원할 필요는 없으며, 준엄한 법집행으로 최대한 빨리 혼란을 평정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을 투입하지 말고 홍콩 경찰력으로 강경하게 대처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의 자문을 맡는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한다면 미국 등 강대국과의 관계를 해치고 중국의 발전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과 이웃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이날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베이징=국기연·이우승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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