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스포츠가 재미를 넘어 실제 ‘운동’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초등학교다. 미세먼지나 폭염 등으로 야외활동이 제한되자 학생 보호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가상현실스포츠실을 설치하는 곳이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10여개 학교에 가상현실스포츠실이 마련됐고, 지난해 예산이 책정된 130여개 학교 중 지난 5월까지 70여개 학교에 추가로 설치가 완료됐다.
대전 전민초등학교는 미세먼지 악화 등 기후적인 요인에 더해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종목을 경험해 보도록 올해 초부터 가상현실스포츠실을 운영 중이다. 전민초등학교 체육부장 김성민 교사는 “스포츠 종목만 20여 가지를 접할 수 있고 이외 교과나 안전교육까지 관련해서는 100가지가 넘는 운동 콘텐츠가 있다”며 “고학년 여학생은 야외활동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만큼은 다들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기술 개발의 새로운 주안점을 ‘운동성 강화’에 맞추고 있다. 승마는 특히 말의 움직임에 따라 저절로 운동이 돼서 운동하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게까지 인기다. 스크린 승마를 즐긴 지 2년이 넘었다는 이외숙(56)씨는 “체력이 약해서 다른 운동은 하기 힘든데 스크린 승마는 편하게 운동할 수 있고 자세가 바라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스크린 승마를 이제 시작했다는 김진선(53)씨도 “허리 통증이 심해서 지인이 운동삼아 해보라고 추천해 줬다”며 “말이 빨리 달릴 땐 스트레스까지 풀린다”고 말했다.
사격이나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사격 브랜드 킬링스페이스는 미국에서 ‘실용 사격’이라고 부르는, 표적이 움직이거나 사수가 직접 뛰면서 총을 쏘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고정된 표적을 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격을 스포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크린 테니스는 랠리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전문선수도 이를 통해 컨디션을 점검하기도 한다.
김상진 상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생활체육이 꼭 필드에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이처럼 실내에서 하는 것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적은 종목까지 인기가 늘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이한경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도 “스크린 스포츠 성장이 선수 육성만이 아니라 진로 탐색이나 지도자 양성 등 다방면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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