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개혁' 화두를 꺼내 들고, 격렬해지는 검증 공세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서의 검찰개혁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6일 검찰개혁을 포함한 정책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까지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27일 조 후보자가 직접 국민 앞에서 의혹을 해명하는 방식의 '국민 청문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조 후보자는 25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투자,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해왔다.
그러나 딸(28)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낙제 후 장학금 수령, 대학·대학원 입학을 위한 '스펙' 부풀리기 의혹 등에는 상대적으로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두고선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조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날 조 후보자는 지금까지 발언 중 가장 높은 강도로 자녀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선 바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자녀 입시 관련 의혹에 물러서지 않고 검찰개혁으로 화두를 옮기고 정책 의지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정치권을 넘어 국민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기일전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며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출근길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를 언급한 것은 법무부 장관 지명일인 지난 9일 이후 보름 만에 처음이다.
첫 출근 때 조 후보자는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저의 소명이었다"며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를 인용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국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갖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추진, 자치경찰법안 마련,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폐지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고 조 후보자 지명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신상 문제가 검증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검찰개혁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가족 문제와 관련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며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여야 대립으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묻혀 있던 검찰개혁 이슈를 꺼내며 지지세 확보에 나선 형국이다.
조 후보자는 26일 검찰개혁 방안 등을 담은 두 번째 정책 발표를 하고 정의당이 요청한 소명 자료도 제출할 예정이다.
그가 제시하는 검찰개혁 구상이 여론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인사청문회 국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8%는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직 수행이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적합하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주목할 것은 '아직 적합·부적합 판단이 어렵다'는 응답이 34%에 달했다는 점이다. 추후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통해 적합·부적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견이 상당한 만큼 조 후보자와 여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을 호소하는 데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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