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일 양국 간 전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후 미국과 갈등이 새롭게 불거졌다.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종료되면 북한의 도발도 끝나고 미국과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청와대의 예측도 빗나갔다. 검찰개혁 마침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으로 청문 정국은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것 하나 쉽사리 해결할 단기 처방이 보이질 않는다. 청와대 안팎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다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들어 하락세다. 2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최근 하락세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전에 시행한 여론조사로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졌음을 의미한다. 조 후보자 딸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이어 조 후보자 본인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조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는 검토 대상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당 모두) 조 후보자 낙마는 사법개혁 완수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꺾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다”며 불가 입장을 강조했다.
일본을 둘러싼 경제보복 전쟁은 이제 한·미 관계로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표출되자,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미국 측의 반응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조차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지소미아가 한·일보다는 한·미를 위해 추진됐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는데, 그런(종료) 결정은 과정이 이해된다 하더라도 당혹스러운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통미봉남’은 청와대로서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한·미 훈련이 종료되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24일 2발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군사정보는 일본으로 직접 제공되지 않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해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단 한 건도 의미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북한 미사일 감시 전력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를 국빈 방문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국가들로 올해 11월 처음으로 개최되는 한·메콩 정상회의 성공을 위한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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