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침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일본이 당장 추가 규제 품목을 지정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산업계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日 “韓 화이트리스트 배제, 내일부터 시행”
27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그룹A(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내일부터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된다”고 확인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핵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시행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지난 7일 공포돼 21일 후인 28일부터 발효하도록 돼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수출관리제도나 운용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본의 수출관리를 적절히 하기 위한 운용 재검토”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운용의 재검토는 어디까지나 우대조치의 철회”라며 “아세안 국가들이나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각국 및 지역과 같은 취급으로 (한국의 지위를) 되돌리는 것이지 금수조치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정부, 상황 예의주시·시나리오별 대책 점검
우리 정부는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품목을 규제할 지 모니터링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피해 우려 업종에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짜놓고 범부처별 점검에 들어갔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시행되면 전략물자 1194개를 비롯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은 일본 정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전략물자 중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159개를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업종별로는 화학 40여개, 반도체와 기계 각 20여개, 금속 10여개 등이다.
민관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에 대비해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일대일 밀착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영향권에 들 수 있는 159개 품목을 미리 지정해 관리하는 만큼 당장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대부분이 개별허가 대상이 될까 봐 지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지정해 규정했던 것과 달리,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영향을 가늠하는 것이 어려워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에 있다. 지난달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대응조치도 준비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혁신형 연구개발(R&D) 지원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수입 다변화 등 총 45조원에 이르는 예산·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에 대한 대응조치도 준비단계에 있다. 정부는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다음달 2일까지 의견수렴한다. 시행은 다음달 중순쯤이 될 전망이다.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 당국자는 "법리 검토 등 실무는 거의 다 했다"면서 사실상 제소를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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