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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노동·갑질 ‘카톡·회사서버’에 다 있다

입력 : 2019-08-28 20:59:02 수정 : 2019-08-28 20: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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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근로감독 해결사로 뜨는 ‘디지털 포렌식’/ 연장수당 미지급·부당 업무 지시/ 컴퓨터·스마트폰서 증거 찾아내/ 2명이던 전담팀 작년 18명 확충/ 노동법 위반 상반기 418건 적발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간호사 ‘태움’ 관행 정황이 포착된 A병원에 근로감독을 시행했다.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경우 환자 상태 확인 등 인수인계가 필요해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공짜노동’이 만연해 있지만, 대부분 병원에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적발이 쉽지 않았다.

고용부는 간호사의 병원 시스템 로그인 기록에 주목했다. 전산 입력이 필수적인 간호사 업무 특성을 고려해 100여가지 교대제 근무형태와 1억건이 넘는 간호기록을 분석했다. 자체 개발한 근로시간 분석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감독 결과 A병원에서는 미지급 수당 240억원이 적발됐다. 같은 기간 근로감독을 시행한 나머지 10개 병원에서도 이 같은 증거분석 기법을 사용해 연장근로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형사 사건에서나 볼법한 ‘디지털 포렌식’이 최근 들어 노동관계법 수사, 근로감독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컴퓨터·스마트폰·폐쇄회로(CC)TV 등 디지털 자료에 대한 위·변조 탐지, 삭제자료 복원, 문서분석 등을 통해 증거를 찾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밝혀낸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은 2년 새 크게 증가했다. 2017년 244건, 지난해 251건이었던 적발 실적은 올해 1∼6월에만 418건으로 늘었다. 배경엔 분석기술 발달과 인력 확대가 자리한다. 2016년 7월 전담인력 2명으로 시작한 서울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의 디지털 증거 분석팀은 지난해 8월부터 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 등 6개 노동청으로 확대됐고, 전담인력도 기존 9배인 18명으로 늘었다.

디지털 포렌식은 사업주의 증거 은폐로 범죄 혐의 입증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도입됐다. 최근 기업에서는 인사노무관리를 컴퓨터 등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디지털 자료 특성상 쉽게 위조나 삭제가 가능해져서다.

고용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내 서버 등에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해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B기업은 경영진이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한 혐의로 고용부 조사를 받았으나 정황만 있고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이에 고용부는 압수수색을 단행해 회사 컴퓨터를 확보했고, 인사 담당자가 임원 지시로 작성한 노조 동향 문건을 복구해냈다. C기업은 임신한 직원에게 연장근로를 지시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임산부의 연장근로는 불법이다. 고용부는 사내 메신저 대화를 분석해 인사 담당자가 직원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고용부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모범 사례를 담은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은 수사 기법을 담고 있어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법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행정의 과학화·전문화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증거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동현장에서의 은밀한 불법 행위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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