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 국제안보회의인 ‘서울안보대화’(SDD)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의 본회의 1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한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은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덕분에 당시 양국관계가 개선됐으며, 일본·미국·한국 3자 간에 정보공유가 원활해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아직도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면서 “지소미아 연장과 한·일 교역은 별개의 문제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심지어 “미래에 지금 상황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다면 (한·미·일 관계에) 아마도 심각하고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즉각 반박했다. 박 차관은 강제징용으로 인한 개인적 피해에 대한 일본의 배상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 “한국은 3권 분립이 엄격하다. 사법부 판단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한국 정부는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일본 정부와 대화하자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부품·소재들에 대해서 (한국 정부에) 수출된 것이 잘 관리되지 않는다는 안보상 이유로 일부 수출을 규제하는 결정을 했다”며 “안보에 대해서 한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 나라와 어떻게 군사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느냐는 판단에서 우리 정부는 오랜 검토 끝에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차관은 일본이 무역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연장을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국가 간 갈등이 상존하는 가운데 자국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는 이웃 국가와 안보갈등을 조장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우려스러운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참석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한 것은 처음으로, 한·미 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강원도 강릉기지에서는 황성진 공군작전사령관과 케네스 윌즈바흐 미 7공군사령관이 함께 지휘비행을 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일본 측에 ‘1+1+α안’(한·일 기업+한국 정부)을 제안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그런 일 없다. 그렇게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놀라 직접 가와무라 간사장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보도가 잘못됐다, 이 총리의 말씀도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며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에게도 전화해 물으니 인터넷판이라도 정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엄형준·최형창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