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터키 이스탄불의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과 조지아의 평가전 후반전 6분 한국은 페널티 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수비벽 앞에 공을 두고 선 이는 베테랑 정우영(30·알 사드)과 더불어 대표팀의 막내 이강인(18·발렌시아)이었다. 정우영이 공으로 달려가며 차는 듯하다가 옆으로 빠지자 이강인이 골대 오른쪽을 향한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렸다. 상대 골키퍼는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던 가운데 공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고 말았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 나올 뻔했던 장면이었다.
이강인은 이렇게 인상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3월 처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이강인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하느라 대표팀의 6월 A매치에는 소집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9월 원정 A매치 2연전에 이강인을 재호출했고, 조지아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키며 데뷔전 기회를 줬다. 만 나이 18세 203일에 A매치에 나서게 된 이강인은 한국축구 역대 A매치 데뷔전 최연소 부문 7위에 올랐다.
이강인은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에서 공격과 볼배급의 역할을 맡아 전반 11분 상대 진영으로 쇄도하는 손흥민(토트넘)을 향해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전반 19분에는 왼쪽 코너킥을 맡았고, 전반 38분에는 위력은 떨어졌지만, 오른발 중거리포로 자신의 A매치 첫 슈팅을 기록하기는 등 첫 득점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골대를 강타했지만 위력적인 프리킥까지 선보이며 ‘한국 축구의 미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다만 이강인은 돌파 시도가 막히고, 수비 가담이 늦어 중원에 공간을 내주는 등 아쉬운 장면도 남겼다. 그래도 가능성을 보여준 이강인은 후반 26분 김보경(울산)과 교체되면서 A매치 데뷔전을 마쳤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에 대해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르고 전반적으로 팀의 활약이 좋지 않은 날인 데다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에서 뛰지 않아 데뷔전 활약을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이강인은 가진 능력이 출중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강인도 현지 취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오기 직전 선발 출전 소식을 들었다. A매치에 데뷔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대를 맞춰 아쉽게 데뷔골을 놓친 상황에 대해서는 “형들이 양보해주셔서 제가 (프리킥을) 차게 돼 감사드린다”면서 “이번에는 골대를 맞혔지만, 다음에는 골을 넣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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