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첫 발생한 17일 정오쯤 서울 강남의 식당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겹살과 돼지갈비 전문점은 평소보다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반면 ‘중국집’과 수산물·해물 전문점은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김치찌게 전문점은 “점심시간이면 빈좌석이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보다시피 빈좌석이 있다”며 “고객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돼기고기 전문점은 더욱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A돼지갈비 관계자는 “불황에 임대료와 물가, 인건비 등이 모두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돼지열병까지 발생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B삼겹살 전문점도 “오늘 저녁 예약 취소가 벌써 두건이 들어왔다”며 속상해했다.
직장인 이석훈(36)씨는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사람에게 감염이 안된다고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며 “당분간 돼지고기는 안먹게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소비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불안심리는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찾는 돼지고기 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살처분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살처분이 증가하면 공급부족으로 돼지고기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돼지열병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8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46.7% 올랐다. 이는 돼지열병으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 파주의 농장과 이 농장주 소유 2개 농장 돼지 3950두를 이날 중으로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처럼 돼지열병이 ‘공포’로 다가오면서 주부들의 손길도 바뻐졌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숙자(55)씨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돼지고기는 안심이 돼 넉넉히 구입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돼지열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돼지열병이 사람한테 문제가 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지만 살처분 등 방역작업에 있어 작업자들의 인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업을 할 때는 보호복 등을 착용하고 작업 이후에는 충분히 세척을 한 뒤 근무지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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