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여성과 비교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류 교수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법적 대응 가능성도 내비쳤다.
22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류 교수는 지난 19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 수업인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류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일본 민간에서 주도한 일이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방치했을 뿐이라며 일본 정부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러한 류 교수의 발언에 대해 학생들이 ‘일본이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위안부 피해자를 데려갔다’고 반발하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매너 좋은 손님 술만 따라주고 안주만 주면 된다’고 말해서 접대부 되고 매춘을 시작한다”며 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볼래요. 지금도 그래요”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류 교수의 발언은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 사회가 침묵하고 있을 때 용기 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가해국 일본 정부를 향해 사죄하라며 주체적으로 싸웠던 그분들의 인권운동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망발”이라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이 더 이상 훼손당하지 않도록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학생들도 류 교수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류 교수에 대한 징계를 학교 측에 촉구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류 교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및 특정 학생들을 향한 혐오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류 교수는 강의실 내 혐오 발언에 대해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전날 긴급공지를 통해 “류 교수의 발언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가능한 모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당시 류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보를 받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발언 이외에 추가적인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연세대 측은 류 교수의 발언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는 이번 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필요할 경우 절차에 따라 처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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