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2대 통신업체인 KDDI에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5년간 30조원가량이 투입될 일본 5G 장비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튼 것이다.
30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KDDI는 2023년까지 일본 전역에 5만3626개 5G 기지국을 구축하기로 하고 삼성전자를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KDDI는 삼성전자 외에도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 등을 함께 선정했다.
KDDI가 계획한 5G 기지국 수는 일본 통신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KDDI가 도쿄 도심부에 설치하는 5G 기지국에 들어갈 통신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가 이미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전체 장비 공급 규모는 5년간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이통사와 미국 버라이즌 등에 5G 장비를 공급해온 삼성전자는 KDDI에 3G 이동통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롱텀에볼루션(LTE·4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대는 등 20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내년 7월 막을 올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앞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일본 통신 대기업들은 기지국 설치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KDDI와 제1위 기업인 NTT도코모 및 소프트뱅크, 라쿠텐 모바일 등 4대 통신 대기업은 향후 5년간 5G 인프라 확충에 3조엔(약 3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체별로는 NTT도코모와 KDDI가 각각 1조엔씩을 투자하고, 소프트뱅크는 5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라쿠텐 모바일은 2000억~3000억엔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일본 통신업체들이 5G 관련 장비를 4G 장비를 공급받은 업체에서 주문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로 NTT도코모는 NEC·후지쓰·노키아에서, KDDI는 에릭슨·삼성전자 등에서 주로 주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KDDI 외에 소프트뱅크와 라쿠텐 모바일 등에도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방일해 일본 1위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 각사 경영진과 5G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선정 사실과 정확한 계약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나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와 함께 공급업체로 선정된 노키아와 에릭슨은 보도자료를 내고 선정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조현일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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